트럼프,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 판매 첫 승인

입력 2017-12-21 10:39
트럼프,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 판매 첫 승인

비살상무기로 한정 지원한 오바마 정책서 탈피…러시아와 긴장 고조될 듯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살상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고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원하면서도 분쟁 확대 우려에 살상무기 판매는 금지했던 버락 오바마 정부 정책에서 탈피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 반군을 지원하는 러시아와 미국 사이의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 반도를 병합하고 동부 지역 친러시아 반군들의 분리주의 운동을 지원하자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들어갔지만,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해서는 비살상무기 원조와 훈련으로 지원을 한정해왔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지난 13일 의회에 이를 통지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달 들어 스나이퍼 총기 M107A1과 탄약 등 4천150만달러(약 448억원) 상당의 수출을 승인했다고 확인했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정부에서 몇 달에 걸쳐 논의됐으며, 짐 매티스 국방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 등 정부 각료들이 적극 지지했다고 한다.

매티스 장관 등은 '미국이 동맹국을 지원한다'는 원칙에 입각한 결정 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단지 그들의 영토를 방어하려는 것이므로 살상무기 판매를 도발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무부 측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수출을 승인하긴 했지만, 미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판매하거나 주는 게 아니다"라며 "수출 승인은 건별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인 밥 코커 공화당 의원도 2014년 의회가 통과시킨 '우크라이나 자유지원법'을 거론, "러시아의 계속된 공세에 맞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한 오래된 약속을 반영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이 살상무기 판매 승인이라는 선을 넘기는 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을 전부 들어준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신중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미 정부는 의회에 통지하면서도 공개 발표는 하지 않았는데, 이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새뮤얼 채럽 연구원은 이번 결정을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 상태)에 비유하면서 "위기 고조를 우려하는 사람들의 부정적 반응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지지자들을 만족시키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오랫동안 우크라이나 반군 지원 사실을 부인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군 훈련을 지원하는 서방의 노력을 비난해왔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할 경우 평화 노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은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의회 관리는 "우리는 루비콘의 강을 건넜다"며 캐나다 역시 이번 주에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판매를 승인한 것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그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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