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무대 서는 황정민 "설레지만 걱정반 기대반이네요"

입력 2017-12-20 16:39
수정 2017-12-20 17:33
10년만에 무대 서는 황정민 "설레지만 걱정반 기대반이네요"

내년 2월 연극 '리차드 3세' 공연…정웅인·김여진도 출연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리차드 3세'는 예전부터 셰익스피어 작품을 공연하게 된다면 이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작품이었어요. 셰익스피어 작품을 하게 돼 너무 설레지만 연극을 한 지 10년이 지나서 걱정반 기대반이네요."

2007년 '웃음의 대학' 이후 셰익스피어의 작품 '리차드 3세'로 10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 황정민은 오랜만의 친정 나들이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황정민은 20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연극 '리차드3세' 제작발표회에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연극을 처음 시작할 때 선배들이 하는 고전극을 보며 배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저도 이제 선배가 된 만큼 좋은 작품을 해서 연극을 좋아하고 예술을 하려는 친구들에게 조금이나 공부가 될 수 있는 작품이 뭘까 생각했더니 이 작품이 떠오르더라고요. 셰익스피어 작품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설레요. 셰익스피어 작품이 아무나 잘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거든요. 선뜻 용기 내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로 뭉쳐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가 맡은 리차드 3세는 못생긴 얼굴에 왼팔은 움츠러들고 곱사등을 가진 신체불구자다. 그러나 강한 권력욕과 지배욕으로 자신의 집권에 방해되는 이들을 차례차례 제거하고 마침내 왕위에 오르는 인물이다.

황정민은 "리차드 3세는 속을 도저히 알 수 없는, 수많은 가면을 쓴 인물"이라면서 "그런 다방면의 모습을 어떻게 관객에게 보여줄까, 몸은 비뚤어졌고 누구보다 정신이 무서운 사람을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연극학을 전공하고 1994년 극단 학전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후배들에 대한 책임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황정민은 "이번 연극을 통해 배우로서 정확한 딕션과 단어들의 장단음 구분 등 연극배우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잘해서 이제 시작하려는 후배들이 보고 저런 식으로 대사와 딕션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는 배우 정웅인과 김여진도 각각 리처드의 맏형인 에드워드 4세와 그의 부인 엘리자베스 왕비 역을 맡아 오랜만에 무대에서 관객을 만난다.

3년 만에 무대에 서는 정웅인은 "3년 전에도 매년 연극을 한 편씩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뜻대로 안 됐다"면서 "조선 시대 사극을 하면서 왕 역할을 늘 꿈꿨는데 중세 왕 역할을 맡게 돼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김여진은 "연극으로 1995년 데뷔해 대학로에서 연기하면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을 하겠다 결심했는데 소원이 이뤄진 날이라 기쁘고 떨리고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6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그는 "연극은 내게 밥심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영화나 방송을 하면서 당황할 때가 많았어요. 연극은 대본이 나오면 오랜 기간 연습해 호흡을 맞추고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방송은 그날 나오는 대본을 외워서 연기하잖아요. 방송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연극은 최대치를 끌어내는 체력 단련 같아요. 지금 연극을 할 수 있어 저에게는 큰 행운이고 다행이죠."



한 달 가까이 진행되는 공연은 모든 배우가 전 공연을 소화하는 '원캐스트'로 진행된다.

황정민은 "예전 선배들이 더블캐스팅을 하게 되면 자기 역할을 공연 기간 체력을 안배하며 하는 것도 배우의 몫인데 왜 더블캐스팅이냐며 자존심 상해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어떻게 보면 더블캐스팅이 좋을 수도 있지만, 예전으로 돌아가서 해보면 어떨까 싶어 겁 없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한아름 작가가 각색을 맡았다. 그는 "리차드 3세는 악인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권력을 향해가는 다양한 군상들, 장애를 가진 사람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 등 현대에 곱씹어봐야 할 내용도 많다"면서 "배우들이 인간의 여러 면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셰익스피어 문장의 아름다움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출은 창극 '메디아', 더 코러스-오이디푸스' 등을 연출한 서재형 연출이 맡았다. 서 연출과 '메디아'에서 인연을 맺은 소리꾼 정은혜, 뮤지컬 배우 박지연 등도 출연한다. 공연은 내년 2월6일부터 3월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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