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로 청력상실 유발하는 돌연변이 제거 성공"
美 하버드대 연구진 쥐 실험 결과 '네이처'에 발표
"선천성 청력상실 치료법 개발에 도움줄 것"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미국 연구진이 유전자 가위로 유전자 돌연변이를 제거해, 청력 상실을 막을 수 있음을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
새 방법이 인체에서 효과를 발휘하면, 청력 상실을 유발하는 선천성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유전자 가위로 청각기관 내 세포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청력 상실의 진행을 막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20일(영국 런던시간)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귓속 달팽이관에는 유모세포(Hair Cell)가 있다. 이 세포는 소리의 진동을 뇌의 '언어'인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일종의 '통역기' 역할을 한다.
이 세포의 특정 유전자(TMC1 유전자)에 염기 하나가 바뀌는 돌연변이가 생기면, 독성단백질이 생산된다. 독성단백질이 쌓이면 세포가 죽고, 이로 인해 청력 상실이 일어난다.
연구진은 유전자 가위로 TMC1 유전자의 돌연변이 부분을 잘라내면, 독성단백질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돌연변이가 생긴 유전자가 망가지더라도, 세포 안에 정상 유전자가 남아 있는 경우 세포는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연구진은 TMC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일명 '베토벤' 쥐에게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 유전자 가위를 주입했다. 유전자 가위는 이 유전자에 결합해, 돌연변이가 생긴 부분만 잘라내도록 설계됐다.
4주가 지난 뒤 이들 쥐의 청력은 더 나빠지지 않았다. 현미경으로 이 세포의 형태가 보존돼있는 것도 확인했다.
8주 뒤 치료를 받은 쥐는 소리에 반응하는 반면 다른 돌연변이 쥐들은 반응하지 않았다.
이는 세포 손실이 있기 전에 이런 치료를 하면, 청력을 보존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데이비드 리우 박사는 "사람에게 이를 적용하려면 오랜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관련 질환의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이번 연구가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유전자 가위 연구자인 김진수 IBS(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선천적 청력 상실을 차단하는 데 유전자 가위가 활용될 수 있음을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유전자 가위의 활용 분야는 날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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