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 여성 대사 임명하는 첫 국가는 벨기에

입력 2017-12-20 11:56
사우디에 여성 대사 임명하는 첫 국가는 벨기에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적용하면서 여성을 차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내년에 사상 최초로 여성 대사가 부임한다.

도미니크 미너 아랍에미리트(UAE) 주재 벨기에 대사가 그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올해 세계경제포럼이 발간한 세계 성차별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는 138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차별이 심각하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벨기에 현지 매체를 인용해 벨기에가 미너 대사를 내년 여름 사우디 대사로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가 2010년 사우디를 함께 관할하는 쿠웨이트 대사로 여성을 임명했지만, 이후 사우디에도 대사관을 개설하면서 남성 대사를 보냈기 때문에 미너 대사가 사우디의 첫 여성 대사가 되는 것이다.

벨기에의 이 같은 방침은 올해 초 사우디가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 들어가는 것을 벨기에가 찬성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그동안 여성 활동가들은 사우디 등 여성 인권을 제약하는 국가에 여성 대사를 보내라고 요구해왔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 이란 변호사는 2013년 "이렇게 하면 사우디 왕이 여성 대사들과 얘기해야 할 것"이라며 "여성 대사 20명이 이란 대통령 앞에 있는 정말 환상적인 장면도 상상해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벨기에는 또 이란 주재 대사로 여성인 베로니크 프티를 보낼 계획이라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벨기에가 사우디에 여성 대사를 보내기로 한 데는 최근 사우디의 잇따른 개혁조치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내년 6월부터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기로 했고, 지난 5월에는 여성이 교육, 의료 등 공공 서비스를 받을 때 남성 보호자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사우디는 또 올해 미국 주재 자국 대사관의 대변인을 여성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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