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롤터, 브렉시트 2단계 협상 새 암초로 등장"
EU "영국-스페인 합의 필요"…공항·조세·국경 등 현안 산적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유럽연합(EU)이 지브롤터를 두고 300년간 이어져 온 영국과 스페인 간 분쟁을 서둘러 해결하도록 압박에 나섰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후의 시행 유보기간(과도기간)에 대한 협상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는 지브롤터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베리아 반도 남단에 있는 지브롤터는 1713년 영국령이 된 이래 스페인의 영토반환 요구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여의도 80% 크기의 면적에 3만명이 거주하는 지브롤터는 외교·국방을 뺀 전부를 자치정부가 결정하는 영국령이다. 지브롤터 경제는 인근 스페인과 밀접하게 엮여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브렉시트 협상 2단계를 위한 4쪽 분량의 위임사항을 곧 채택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지브롤터가 2019년 3월 브렉시트 당일에 바로 EU 단일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과도기간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영국과 스페인 간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는 '스페인의 승인 없이는 영국령 지브롤터에 대한 어떤 합의도 적용하지 않는다'는 브렉시트 협상 관련 EU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브롤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이 같은 EU의 압박은 과도기간에 관한 주요 원칙을 내년 3월까지 마무리 짓기 원하는 영국 정부와의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 2년간의 과도기간에 대한 합의를 서두르고 있다.
이는 EU 단일시장 접근권한을 잃을 가능성 때문에 초조해 하며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체들을 안심시키려고 정부가 희망하는 사안이다.
반면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과도기간에 대한 합의에 앞서 지브롤터 문제에 관한 양자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스페인은 양자 간 합의가 없을 경우 영국의 EU 탈퇴가 예정된 2019년 3월 지브롤터에는 과도기간을 포함한 아무런 합의도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브롤터를 두고 영국과 스페인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양국 간 입장 간격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지브롤터 공항이다.
스페인은 영국이 지브롤터 공항을 자국 영토에 불법적으로 건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과 EU 간에 지브롤터 공항의 관할권과 관련해 어떠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이를 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다른 문제 중 하나가 조세제도다. 스페인은 영국령 지브롤터가 조세회피처로 탈세와 자금세탁에 대한 EU의 노력을 근본적으로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매일 수천명의 스페인 사람들이 지브롤터로 출근하면서 발생하는 국경문제도 해결이 필요하다.
알폰소 다스티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영국과의 대화를 지속할 것"이라면서 "다른 분별 있는 국가들처럼 우리가 바라는 것은 우리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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