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민노총 당사점거 고심…"등 돌릴라" vs "끌려다녀야 하나"
최고위서 대책 논의…추미애 "일단 더 지켜보자"
한상균 석방 요구에 난감…근로시간 단축법 협상도 여전히 '난항'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노동계와의 관계를 두고 내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법안 등에 대한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데다 양대 노총의 한 축인 민주노총이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 등을 요구하며 여의도 당사를 점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노동계가 갈등 끝에 '등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그렇다고 일방적 주장에 끌려다닐 수만은 없지 않느냐'는 문제의식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20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노총의 당사점거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이춘석 사무총장이 당사 당 대표실에서 농성 중인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만나 퇴거를 요청했지만, 설득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참석자들 다수는 "우리가 야당이든 여당이든 민주 세력으로서 그들을 내쫓을 수는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냈고, 추미애 대표 또한 "일단 상황을 더 지켜보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주노총이 음식 및 생활필수품 반입을 위해 다른 노총 관계자들을 당사로 들여보내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선 추가 충돌을 우려해 출입은 불허하되 민주당 측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노동계와 당 사이의 '균열'은 앞서 노동시간 단축법과 연계된 휴일근무수당 할증률 협상 과정에서 뚜렷하게 가시화했다.
민주당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협상 과정에서 재계의 요청을 수용해 휴일·연장근로에 중복할증을 적용하지 않는 여야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현재 민주당은 중복할증 적용을 일정 기간 유예하는 우원식 원내대표의 '중재안'을 놓고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다는 게 원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당사점거와 수감 중인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석방 요구까지 겹치면서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정권이 교체된 만큼 노동계와 재계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밀어붙이기식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환노위 소속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권을 잡은 민주당이 재계를 위한 노력을 쏟기보다,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들을 위한 합의안을 만드는 데 힘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원내 지도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노총에 쓴소리를 할 때는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타협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노동계도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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