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후 침몰한 예인선 '나 몰라라'…기름 유출 우려
선주는 선체 포기…예인선에 하도급 준 건설사도 방치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인천 앞바다에서 크레인과 충돌한 예인선이 해상에 침몰한 지 2주일이 넘었지만 예인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해상 기름 유출 등 오염 사고가 우려된다.
예인선 선주는 형편이 어렵다며 선체를 포기했고, 이 선주에게 공사 자재를 운반해 달라고 하도급을 맡긴 시공사와 공사 발주처인 공공기관 모두 선체 인양을 외면하고 있다.
21일 인천시 옹진군과 해경에 따르면 이달 6일 오전 1시 49분께 옹진군 가덕도 인근 해상에서 정박 중인 951t급 크레인선(승선원 3명)과 46t급 예인선(승선원 2명)이 충돌했다.
이 사고로 선체에 구멍이 난 예인선은 침몰했다. 다행히 두 선박의 승선원 5명은 모두 해경에 구조됐다.
조사 결과 무동력 크레인선을 예인선이 끌고 가다가 기상 악화로 잠시 정박했고 이후 파도가 높게 치면서 두 선박이 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
크레인선은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싣고 가덕도 인근 무인도인 소령도로 향하던 중이었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은 올해 7월부터 소령도에 영해기점을 표시하기 위한 구조물 설치 공사를 한 건설사에 맡겼다.
크레인선과 예인선 선주는 건설사로부터 자재만 운반해주는 일을 하도급받았다.
침몰한 예인선에는 연료용 벙커C유 2천ℓ가 실려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해경이 잠수요원을 투입해 연료 투입구를 봉쇄하는 작업을 했지만, 침몰 상태로 장기간 수중에 방치되면서 투입구 파손에 의한 기름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6조에 따르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은 침몰한 선박으로 인해 수질오염이 우려될 경우 소유자에게 인양을 명령할 수 있다.
그러나 예인선 선장이자 사실상 선주인 A(62)씨는 해경과 관할 옹진군에 "침몰한 선체를 인양할 형편이 안 된다"며 선체 포기 의사를 밝혔다.
옹진군은 공사 발주처인 국립해양조사원 측에 선체를 빨리 인양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국립해양조사원은 다시 시공사에 책임을 미뤘다. 시공사도 선체를 인양하겠다는 답변은 하지 않은 상태다.
시공사 관계자는 "하도급을 맡긴 원청 입장에서 책임이 없진 않다"면서도 "인양 문제가 난감해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선주가 경제적인 능력이 안 돼 침몰한 선체를 인양하지 못한다고 했을 경우 인양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옹진군 자문 변호사와 해수부에 질의한 상태"라며 "현재는 모두 선체 인양을 서로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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