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찾아온 악몽'…길병원, 압수수색에 당혹
법인자금 뇌물 사용 의혹…2013년·2015년에도 압수 수색받아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법인자금을 이용해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오른 가천대 길병원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경찰의 압수수색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길병원 직원 상당수는 이날 오전 경찰청 특수수사과 소속 수사관 14명이 법인 이사장 비서실과 경리·재무부서 등을 압수 수색을 한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가 오후 들어 관련 보도를 보고 뒤늦게 알았다.
길병원의 한 직원은 "오전까지 전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수사관들이 병원에 왔다는 걸 알았다"며 "당황스러워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길병원이 법인자금을 횡령해 보건복지부 고위 공무원 등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올해 6월부터 관련 수사를 벌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길병원이 병원 운영과 관련한 특혜를 받고자 뇌물을 준 정황을 포착한 경찰은 이날 법인 회계장부 등 관련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간부들은 이날 경찰의 압수수색 후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각종 논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의 가장 최근 길병원 압수수색은 2015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육군 소속의 A(20) 일병이 이 병원에서 오른손 새끼손가락 골절 수술을 받은 지 한 달여만에 숨지자 의료 사고를 의심하고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길병원 간호사가 처방전에 적힌 구토 방지용 약물 대신 마취할 때 기도삽관을 위해 사용하는 근육이완제를 잘못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간호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는 병원 측이 사고 발생 직후 병동 안에 있던 관련 약물을 없애고 간호 기록지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각종 증거를 은폐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2013년에도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두 차례 압수수색을 받았다.
길병원 내부의 공사비리 정황을 포착해 시작된 당시 수사는 병원 모(母)재단인 가천길재단의 각종 사업으로까지 확대됐다.
가천길재단이 발주한 송도 바이오리서치단지(BRC) 조성 사업과 관련한 의혹이 대우건설 임원의 비자금 조성 혐의로 이어졌고, 이 비자금 가운데 일부가 인천시 전·현직 고위 공무원들에게 흘러간 사실도 밝혀졌다.
당시 검찰은 이 병원 전 비서실장 B(55)씨 등 병원 관계자 4명과 C(60) 전 인천시의회 사무처장 등 6명을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병원 이사장의 비서실 계좌를 추적해 횡령금 10억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 돈의 사용처를 밝혀내진 못했다.
병원 이사장을 소환하는 대신 서면 조사로 끝낸 검찰은 "이사장은 오랫동안 비서실이 자신의 개인 돈을 관리해 그 돈이 횡령금인 줄 몰랐다"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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