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일본 조폭, 강남 한복판서 마약 밀거래하다 적발

입력 2017-12-19 12:00
수정 2017-12-19 12:08
대만·일본 조폭, 강남 한복판서 마약 밀거래하다 적발



검찰, 재일교포 야쿠자 등 4명 구속기소…소매가 288억 규모

수납장에 숨겨 홍콩서 밀반입…대만 공급총책 국제공조 수사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대만과 일본의 조직폭력배가 국내에서 시가 300억원에 달하는 대량의 필로폰을 매매하다가 적발됐다. 이들은 인적이 드문 교외가 아닌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만나 버젓이 대량의 마약을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박재억 부장검사)는 재일교포 이모(59)씨, N(41)씨 등 일본 폭력조직원 2명과 서모(42), 황모(47)씨 등 대만 폭력조직원 2명을 각각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은 또 붙잡지 못한 대만 측 공급총책 서모(가명)씨, 왕모씨와 홍콩인 W(38)씨 등 3명을 기소중지하고, 현지 사법당국에 수사 공조를 요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만 조직폭력배 황씨는 총책 서씨의 지시를 받고 지난 9월 필로폰 약 16kg을 수납장에 숨겨 홍콩발 화물선에 싣고 국내에 밀반입한 혐의를 받는다.



대만인 서씨는 10월에 밀수 필로폰 중 8kg을 일본 야쿠자 이씨, N씨에게 1kg당 4천600만원을 받고 넘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앞서 9월에도 별도로 들여온 필로폰 2kg을 1억원에 매매한 혐의도 있다.

마약 거래 접선은 번화가인 서울 강남의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인근 거리에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서로 거래상대방이 맞는지 1천원권 지폐 일련번호로 표식을 확인한 뒤 이씨 등을 차에 태워 거래 장소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 마약 거래는 은밀한 장소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으나 이번 사건은 오히려 사람 왕래가 잦은 강남 한복판을 접선 장소로 활용해 이목을 피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국가정보원과 서울본부세관이 오랜 기간 마약 거래 의심자를 추적한 끝에 이들을 붙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대만인 서씨와 일본 야쿠자 이씨를 체포한 뒤에 위장 거래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다음날 황씨를 추가로 붙잡았다.

압수한 필로폰은 총 8.6kg으로 국내에 유통됐을 경우 약 29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소매가 기준으로 볼 때 시가 약 288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들이 밀반입한 필로폰을 국내에 전량 유통하려 했는지, 일부를 다시 해외로 밀반출하려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사건 정보를 대만 및 홍콩 사법당국에 제공하는 한편 총책 서씨 등을 뒤쫓기 위해 사법공조를 확대할 방침이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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