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첨단 항모' 취역하자마자 바닷물 유입사고
시험운항 중 축봉 장치 고장, 당분간 운항 중단
6만5천t급 디젤 항모, '대양 해군 부활 자존심' 훼손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함재기를 제외한 순수 건조비로만 4조5천억 원이 투입된 영국의 첨단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가 취역하자마자 사고를 일으켰다.
BBC 방송, 가디언 등 영국언론은 퀸 엘리자베스 함의 추진축 가운데 하나가 고장이 나 격실이 제 기능을 못 하는 바람에 바닷물이 선체 하부로 유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언론은 이 사고가 시험운항 중에 발생했으며, 시간당 200ℓ의 바닷물이 유입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영국 해군 대변인도 "시험운항 중에 축봉장치(shaft seal) 가운데 하나에 문제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모항인 플리머스 군항에 귀항해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과 수리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축봉장치는 오일이 누출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대변인은 "그러나 이 사고로 퀸 엘리자베스 함이 항해를 재개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며, 시험운항을 재개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BBC 방송은 이번 사고로 영국 해군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고가 퀸 엘리자베스 함이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배수량 6만5천t급의 퀸 엘리자베스 함은 7일 공식 취역했다. 길이 280m인 이 항모는 수직이착륙 기능을 갖춘 미국제 F-35B '라이트닝 2' 스텔스 전투기 26대를 비롯해 치누크 중형 헬기, AH-64 아파치 공격헬기, AE101(EH101) 수송헬기, AW159 와일드 캣 다목적 헬기 등 30여 대가 넘는 함재기를 탑재해 해상 군사도시에 비유된다.
F-35B 전투기들은 2020년 연말께부터 퀸 엘리자베스 함에 탑재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첨단 레이더 체계도 눈여겨볼 만하다. 402㎞ 반경에서 1천 척의 선박과 항공기 움직임을 동시에 감시할 수 있는 첨단 장거리 레이더 체계 덕택에 작전 능력이 많이 늘어나게 됐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갑판 크기가 축구장 3개를 합한 것과 같은 이 항모는 첨단 자동화 시스템 덕택에 격납고에서 1분 만에 전투기 4대가 갑판으로 올라와 발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함재기들의 하루 최대 출격 횟수가 108차례나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 항모에는 700여 명의 승조원이 탑승하지만, 특수임무에 투입되는 해병대원들까지 포함하면 최대 1천6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영국은 기존 항공모함이 퇴역한 2010년 이래 해상에서 전투기를 발진할 능력을 상실했다. 퀸 엘리자베스 호는 2009년부터 건조가 시작됐다. 이 항모는 미국과 프랑스 항모와 달리 디젤 추진엔진을 장착한다.
영국은 같은 규모의 자매 항모 프린스 오브 웨일스도 건조 중이다. 두 척의 항모를 건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함재기를 제외하고 60억파운드(약 8조8천억원)를 넘는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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