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일본계 영국인 노벨상 수상 과한 '흥분'에 '비판론'
아사히신문 칼럼…"일본인, 서열 높다고 여기는 서구에 평가받았다고 생각"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계 영국인 가즈오 이시구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일본 언론들이 과도하게 흥분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본 내에서 제기됐다.
아사히신문은 19일 '이시구로씨 노벨상, 들끓는 일본·조용한 영국'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시구로 작가의 수상에 대한 일본과 영국의 상반된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 10일 이시구로 작가의 시상식 관련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작가의 수상 소감을 하나하나 전하며 대학 시절 은사의 인터뷰를 내보내기도 했다.
후지TV의 한 프로그램의 경우 다음날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일본어를 아로새긴 연설로 무척 기뻤다"고 감상을 전하기도 했다. "일본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며 애국심을 강조한 보도도 있었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 10월 이시구로의 노벨상 수상자 결정 소식을 일제히 1면 머릿기사로 전하고 친척이나 출신지 나가사키(長崎) 시민들의 반응, 심지어는 유치원 시절 담임 보육교사의 소감까지 소개하며 흥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시구로가 살고 있는 영국의 반응은 정작 차분했다. 시상식 다음날 텔레그래프, 가디언, 타임즈 등 영국의 주요 언론 중 시상식과 만찬장의 연설을 보도한 곳은 없었다.
수상자 결정 소식이 있던 다음날 1면에 이 소식을 다룬 곳도 가디언뿐이었다. 독자나 친지들의 반응을 보도한 기사도 없었다.
일본의 서점에는 이시구로 작가의 수상자 선정 직후 작가의 책을 모아 소개하는 특설 코너가 마련됐지만, 아사히 기자가 살펴본 런던 시내 서점 10곳 중 비슷한 코너가 설치된 곳은 1곳뿐이었다.
이시구로 작가는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뒤 5살 때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했고 이후 60년 가까이를 영국에서 살았다. 일본계이긴 하지만 그는 영미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중 한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시구로 작가의 수상에 대해 일본과 영국의 분위기는 왜 다를까?
아사히는 "영국은 자국의 문화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서 해외의 평가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다카야마 도모키(高山智樹) 기타큐슈(北九州) 시립대 교수의 분석을 전하며 서구에 평가를 받으려는 의욕이 강한 일본인의 심리에서 원인을 찾았다.
다카야마 교수는 "일본인처럼 '일본인이나 일본계가 수상하면 나도 기쁘다'는 식의 반응이 영국인들에게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히구치 나오토 도쿠시마(德島)대 교수는 "이시구로의 수상에 대해 일본인은 서열이 높은 곳에 있다고 생각하는 서구 문화권에서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일본인'의 경계를 이시구로 작가까지 넓혀 유사성과 관련성을 강조했다. '일본인'이라는 정의를 상황에 맞게 편리하게 바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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