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황 증손 '강노 초상' 美서 귀환…"5대 초상화 모두 모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경매서 낙찰…국립중앙박물관서 관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김홍도와 신위의 스승이자 시·서·화에 능해 삼절(三絶)로 일컬어진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1713∼1791)의 증손자인 강노(姜로<물수변에 老>·1809∼1886)를 그린 초상화가 미국에서 돌아왔다.
강노 초상화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오면서 강세황의 부친인 강현(姜현<金+見>·1650∼1733)을 시작으로 강세황, 강인(姜인<사람인변에 寅>·1729∼1791), 강이오(姜彛五·1788∼?), 강노까지 진주 강씨 5대의 초상화가 한데 모이게 됐다.
문화재청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 10월 미국 조지아주 남동부 서배너에 있는 에버러드 경매·감정소에 강노 초상이 출품된 사실을 파악하고 진품임을 확인한 뒤 낙찰받아 지난 8일 국내로 들여왔다고 19일 밝혔다.
강노 초상의 소장자는 서배너에 사는 미국인으로, 그는 가톨릭 교회에서 자산을 처분할 때 내놓은 그림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교회는 강노 초상을 기증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림이 국내에서 빠져나간 정확한 경위는 규명되지 않았다.
강노 초상의 오른쪽에는 그림에 대한 정보를 적은 화기(畵記)가 남아 있다. 이에 따르면 강노가 70세 생일을 맞았던 기묘년(己卯年, 1879) 9월에 그려졌다.
작품 속에서 강노는 동물 가죽을 두른 의자에 앉아 있는데, 이 같은 도상은 19세기 초상화 중에서는 드문 편이다. 묘사가 매우 사실적이고 인물의 기품과 고매한 정신이 잘 표현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노는 1837년 진사시에 합격했고, 1848년 병과에 급제했다. 흥선대원군이 집권하면서 중용됐고, 병조판서와 좌의정을 지내기도 했다. 1883년 탄핵을 당해 경남 함양으로 유배를 떠났다가 4년 뒤 사면됐다.
강노보다 선대인 강이오는 강노의 당숙이다. 강이오의 아버지인 강신(姜信)은 강세황의 다섯째 아들이고, 강노의 할아버지인 강빈(姜빈<사람인변에 賓>)은 강세황의 넷째 아들이다. 강인은 강세황의 첫째 아들이다.
강노의 선조들도 대체로 높은 벼슬을 했다. 강현과 강세황은 고위직을 지낸 연로한 문인만 들어갈 수 있는 기로소(耆老所)에 입소했고, 강이오는 무과에 급제해 관직은 군수에 머물렀으나, 문인화가로 명성을 떨쳤다.
진주 강씨 5대를 그린 초상화 가운데 강현 초상과 강세황 초상, 강이오 초상은 보물로 지정됐으며, 2013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강세황 특별전에서 모두 공개된 바 있다.
강인 초상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9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구매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진주 강씨 5대의 초상화를 함께 선보이는 기획전을 내년 8월에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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