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대미 추가개방 대비해 자동차 산업 경쟁력 키워야

입력 2017-12-18 19:18
[연합시론] 대미 추가개방 대비해 자동차 산업 경쟁력 키워야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추진계획을 18일 국회에 보고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제출한 추진계획에서 "미국과 협의를 거쳐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1차 협상을 시작으로 3∼4주 간격의 후속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7월 12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FTA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지 5개월여 만에 국내 절차가 완료됐다. 정부는 이익균형의 원칙에 따라 미국 측 요구에 상응하는 우리 요구를 관철하고 농축산물 등 민감한 시장은 보호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는 상품과 서비스·투자, 원산지, 무역규범, 비관세조치 등을 놓고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 미국은 비관세장벽 철폐 등 자동차 시장 추가개방 등에 협상력을 집중할 것 같다. 산업부는 "무역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우리측 잔여 관세 철폐 가속화와 주요 품목의 관세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은 특히 자동차 분야의 비관세장벽 해소 등 시장접근 개선에 관심이 있다"고 보고했다. 미 자동차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한국의 안전·환경 규제가 비관세장벽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그 연장선에서 자동차 최소수입 쿼터의 확대를 한국에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소수입 쿼터란 한국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미국 기준에만 맞으면 2만5천 대까지 수입을 허용하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미국산 부품을 더 많이 사용하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도 미국에 수입되는 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 부품의 50%를 미국 내에서 조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산업부는 한미 FTA를 개선하는 방안으로 잔여 관세 철폐, 비관세장벽 해소 등을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의 경우 수입 관세는 이미 철폐됐으니 비관세장벽 완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한미 FTA 발표 직전인 2011년 86억3천만 달러에서 지난해 154억9천만 달러로 80%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은 3억5천만 달러에서 16억8천만 달러로 3백80% 증가했다. 하지만 양국 간 무역수지만 따지면 미국은 지난해 자동차 분야에서 138억1천만 달러의 적자를 봤다. 정부가 비관세장벽을 낮춰 미국에 국내 시장을 추가 개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도 이런 현실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로서는 원화가치 상승으로 미국 내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올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위기를 겪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와 자체 경쟁력 저하로 수출과 내수 모두 뒷걸음질했고, 연중행사가 된 노사갈등과 파업도 여전했다. 올해 1∼9월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70만2천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96만6천대)보다 41.6% 줄었다. 이 기간 미국 판매도 96만9천대로 작년 동기(107만9천대)보다 10.2% 감소했다. 이런데도 현대차 노조는 올해 18차례의 파업으로 6만2천여 대의 생산 차질을 가져왔다. 한미 FTA 개정협상을 계기로 국내 자동차 업계도 냉정히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정부의 보호 울타리 안에서 정책적 배려에 의존해 성장을 도모하던 시대는 끝났다. 꼭 미국산이 아니더라도 값싸고 품질 좋은 수입차가 쏟아져 들어오는 세상이다. 국산 차의 가격 대비 품질을 생각하면 국내 소비자의 감성적 구매를 계속 기대하기도 어렵다. 국내 자동차 회사와 노조 모두 각오를 새롭게 다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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