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넘기는 부산 현안] ③ 기장 해수 담수 수돗물 공급 논란
고리원전 11㎞ 떨어진 부지 2천억 투입하고도 3년 허송세월
부산시 산업단지 용수공급 10월→내년 초 연기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2천억 원이 투입된 부산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이 원전과 가까운 곳에 조성되는 바람에 3년 넘게 허송세월하고 있다.
산업단지 용수 공급시설로 전락하는 신세가 됐으나 이 문제도 논란이 제기되면서 제대로 해결을 보지 못한 채 또 한해를 넘기게 됐다.
기장군 주민들이 고리원전과 11㎞ 떨어진 곳에 있는 해수 담수화 시설에서 생산된 수돗물을 마실 수 없다며 반발하자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기존 수돗물과 담수화 수돗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서 마실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기장 해수 담수 수돗물을 공급받겠다고 신청한 주민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10월 31일부터 기장군 일부 산업단지와 고리원전 등에 해수 담수화 수돗물을 공급하기로 했다.
공급 대상은 명례산업단지(입주업체 202곳), 장안산업단지(72개 업체) 등 산단 조성이 끝난 4곳과 반룡산업단지 등 올해 말과 내년 완공 예정인 5곳 등 모두 9개 단지다.
시는 해수 담수화 봉대산 배수지 인근 청강 삼거리에서 명례산업단지 사이 9.7㎞ 구간에 복선화 관로공사를 했다.
상수도 다량사용 업체인 고리원자력본부,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부산테크노파크 등에도 해수 담수 공급을 추진했다.
반면 민주노총 부산본부를 비롯한 부산지역 35개 시민단체는 기장군 산업단지에 추진하는 해수 담수화 수돗물 공급 계획의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등은 "2만명 노동자들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기장군 관내 산업단지에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해수 담수화 수돗물을 사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급수가 강행된다면 산업단지에 큰 동요와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산시는 결국 기장 해수 담수화 수돗물 공급 시기를 내년 초로 늦추기로 했다.
시는 해수 담수화 시설 소유 및 운영 협약 당사자인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두산중공업 등과 세부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주 공급 대상인 기장 주민이 담수 수돗물을 안 먹겠다는 입장이어서 해수 담수화 시설에서 산업단지와 상수도 다량수요 기관에 공급하는 담수 물량은 하루 1만3천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 담수화 시설의 하루 최대 생산량 4만5천t의 28.8%에 불과해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해수 담수를 공급받는 업체에 상수도 요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시는 해수 담수를 받는 업체에 1차연도 30∼50%, 2차연도 20∼30%, 3차연도 10%를 감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장군 산업단지에 입주한 소주 회사와 식품회사,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등에서 기장 해수 담수 수돗물 공급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부산시도 이를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에 있는 해수 담수화 생산시설은 물 산업의 해외시장을 선점하고자 국산화 연구개발(R&D) 사업으로 시작됐다.
2009년부터 국비 823억원, 시비 424억원, 민자 706억원 등 모두 1천954억원을 들여 2014년 역삼투압 방식의 담수화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완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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