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아들 수영대회서 탄 상금 어려운 이웃 도와주세요"
암 투병 40대 익명 여성, 청주 주민센터 찾아 36만원 기탁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아이들이 수영을 하며 올해 처음으로 받은 장학금이랑 상금을 모은 돈입니다.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한 이웃들을 도와주는 곳에 보태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익명의 40대 여성이 지난 15일 낮 2시 청주 봉명2·송정동 주민센터를 찾아 봉투를 건넨 뒤 발길을 돌렸다.
이 봉투에는 1만원짜리 36장과 편지지 1장이 동봉돼 있었다.
봉투를 받은 직원은 이름이라도 알려 달라고 했지만 이 여성은 한사코 거절하며 주민센터 밖으로 서둘러 나갔다.
편지지에 적힌 사연을 읽은 직원은 눈시울을 적셨다.
이 여성은 암 투병 중이고, 자녀는 자폐 장애 아동이라고 한다.
"저희 아이는 자폐 2급 장애를 겪고 있는 아동"이라고 소개한 이 여성은 "일일이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참으로 고마우신 주변 분들의 많은 도움으로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녀석이 다행히 수영에 재능이 있어 지금은 선수로 맹연습 중인데, 봉투 속 금액은 아이가 수영을 하며 올해 처음으로 받은 장학금이랑 상금을 모은 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수영을 통해 받은 돈이라 뜻있게 쓰였으면 좋겠다"고 기부 의사를 전했다.
이 여성은 편지지 아랫부분에 "제가 항암 후유증으로 인해 말하는 게 불편하다 보니 쪽지로 대신하니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박진호 봉명2·송정동 동장은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더 잘 이해하고 돕는다"며 "이런 분들이 있어 세상이 살만하고 훈훈하며 따뜻하다"고 말했다.
봉명2·송정동 주민센터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이 성금을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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