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가 내 아이디어 훔쳤다"…'배니싱 스프레이' 놓고 법적분쟁

입력 2017-12-17 10:53
"FIFA가 내 아이디어 훔쳤다"…'배니싱 스프레이' 놓고 법적분쟁

프리킥 거리 표시하는 스프레이 개발자 "FIFA가 특허권 침해" 주장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축구경기에서 프리킥 키커와 수비수들의 거리를 표시하기 위해 심판이 사용하는 '배니싱 스프레이'(Vanishing Spray)를 놓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개발자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배니싱 스프레이를 처음 개발한 브라질의 에이니 알레마그니는 "FIFA가 내 아이디어를 훔쳤다"며 '불공정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FIFA와 알레마그니의 갈등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알레마그니는 2000년 '스푸니'라는 상품명으로 배니싱 스프레이를 처음 개발했다. 물과 부탄가스 등이 담긴 캔 용기의 스프레이로, 분사하면 흰 거품이 나왔다가 약 1분 후에 사라지는 제품이었다.

축구경기에서 심판이 프리킥 지점으로부터 9.15m 거리의 수비벽 위치를 표시하기 위한 용도로 개발돼 2001년 브라질 축구경기에서 처음 사용된 이후로 중남미를 시작으로 각국에서 쓰이고 있다.

FIFA도 2013년 20세 이하 월드컵에 이어 2014년 리우월드컵에서 배니싱 스프레이를 사용했다.

NYT에 따르면 당시 FIFA는 월드컵을 앞두고 알레마그니에게 50만 달러(약 5억5천만원)를 주고 특허권을 사들이려 했으나 협상은 결렬됐고, 알레마그니는 일단 스프레이 300개를 FIFA에 무상으로 제공했다.

월드컵 이후 제롬 발케 당시 FIFA 사무총장은 알레마그니에게 보낸 서한에서 스프레이 사용이 큰 성공이었고, 페어플레이에 기여했다고 자평하면서도 태도를 바꿔 특허를 사들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알레마그니는 이후 수년째 FIFA에 자신의 특허권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했으나 FIFA는 그의 요구를 일축해왔다.

그러는 동안 다른 업체들이 앞다퉈 배니싱 스프레이를 생산했다.

알레마그니의 힘겨운 싸움은 최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법원이 44개국에서 알레마그니의 특허권이 인정된다고 판결하면서 돌파구를 찾게 됐다.

법원은 FIFA가 앞으로 배니싱 스프레이를 사용해서는 안 되며, 이를 어기고 사용할 경우 경기당 1만5천 달러(1천6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명령했다.

이 판결에 대해 FIFA는 아직 분쟁이 진행 중이라며 NYT의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물론 항소해 분쟁을 더 오래 이어갈 수도 있지만 FIFA는 이미 부패 스캔들 재판으로 2015년 이후에만 1억 달러(1천90억원) 이상의 법률 비용을 지출한 상황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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