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전역서 총파업…정부 추가 긴축 조치에 반발

입력 2017-12-15 21:07
그리스 전역서 총파업…정부 추가 긴축 조치에 반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8년째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그리스 국민이 정부의 추가 긴축 조치에 반발하며 다시 한 번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14일 수도 아테네, 제2 도시 테살로니키를 비롯한 그리스 전역에서는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합세해 24시간 총파업을 벌이며 버스와 기차, 여객선, 항공 등 상당수 교통 수단이 멈춰 섰다.



또, 공공 기관의 업무가 중단되고, 일부 학교도 휴교했다. 병원들 역시 응급 의료진을 제외하고는 파업에 동참했고, 언론사들도 일손을 놓았다.

이날 총파업에 맞춰 아테네에서는 약 2만명, 테살로니키에서는 약 8천명이 가두 행진을 벌이며 국제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추가 긴축 조치를 거듭 수용한 정부에 불만을 표출했다.

이들은 '빈곤, 세금, 실업에 신물이 난다'는 구호를 외치며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내각을 성토했다.

그리스의 주요 노조가 대대적인 총파업을 벌인 것은 올 들어 이번이 2번째, 치프라스 총리가 집권한 이후로는 7번째다.

2010년 재정 위기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린 그리스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총 3차례에 걸쳐 도합 2천700억 유로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지급 받아 국가 재정을 꾸려가는 대신 채권단의 요구대로 긴축과 공공 부문 민영화 등 강도 높은 구조 개혁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리스 정부는 이런 가운데 이달 초 노동 시장 개혁 등 민감한 내용을 담은 3차 구제금융 중간 이행안을 놓고 국제 채권단과 잠정 합의한 바 있다.

합의안이 그리스 의회 통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승인 등 후속 조치를 거치면 내년 1월 하순께 그리스 정부는 총 860억 유로 규모의 3차 구제금융 프로그램 중 55억 유로의 분할금을 추가로 수령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 합의안은 노조의 파업권을 제한하고, 노동자들의 해고를 수월하게 하는 등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요소를 담고 있어 거센 저항에 직면해 있다.

이날 파업에 참여한 시민 디미트리스 스타후시스는 스페인 EFE통신에 "1993년 은퇴 당시 매월 1천250 유로(약 160만원)이던 연금이 이제 750 유로(약 97만원)로 줄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 체제로 진입한 뒤 재정 지출 축소 압박에 따라 10여 차례에 걸쳐 연금을 삭감하고, 세금은 대폭 인상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탓에 많은 그리스 시민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