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재계] 삼성·현대차·롯데 '먹구름'…SK·LG '순항'
신세계 '변화 모색'…CJ '이재현 회장 경영 복귀'
(서울=연합뉴스) 재계팀 = 올해 주요 대기업들은 경영 성적이나 총수 문제 등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총수 부재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2분기와 3분기 연거푸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거두며 경영 성적표는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롯데그룹은 각각 지배구조와 총수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중국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사업에서도 타격을 입으며 설상가상의 상황이 됐다.
반면 SK와 LG그룹은 상대적으로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경영 실적까지 개선돼 순풍을 탔다.
◇ 삼성·현대차·롯데 '고난의 한 해'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수감까지 겹치면서 시련의 한 해를 보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을 맞아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새 역사를 썼고 주가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그룹 내부적으로는 '사령탑 부재'로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한 해였다.
특히 총수의 구속은 삼성그룹 창립 이래 79년 만에 맞이한 초유의 상황이었다.
총수 부재의 그늘을 더 짙게 한 것은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 해체였다. 이 부회장은 구속 직후인 2월 말 미전실을 폐지했다.
재계는 이를 미전실로 상징되는 구습·과거와 단절 선언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총수 부재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이나 전략적 M&A(인수합병) 등을 주도하던 미전실까지 해체되면서 삼성그룹은 시계 제로(0) 상황에 부닥쳤다.
이 때문에 간판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2, 3분기 연거푸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거두고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내부에서는 '위기론'이 끊이지 않았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하만을 인수한 것 같은 굵직한 M&A가 올해 들어 실종됐다는 것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IT 산업에서 삼성전자의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삼성전자 안팎에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11월에는 약 2년 만에 60대 CEO(최고경영자)들이 퇴진하고 50대 젊은 피가 새로 수혈되는 임원 인사가 단행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2심 재판 가운데서도 조직 쇄신을 위해 세대교체 인사를 하는 '옥중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격 사퇴 선언으로 불붙은 세대교체 인사는 삼성전자를 넘어 삼성SDI·SDS·전기·디스플레이·중공업 등 다른 계열사로도 확산하고 있다.
다만 금융 계열사나 삼성물산 등의 인사는 늦어지면서 미전실의 빈자리로 인해 과거처럼 속도감 있고 일사불란한 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 정부의 '재벌 개혁' 정책의 핵심 타깃으로 거론되며 한해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여기에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자동차 판매가 부진을 겪고, 통상임금 폭탄까지 맞으며 주름살이 깊어진 한 해였다.
현대차는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미미한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순환출자' 등 새 정부 재벌 개혁의 핵심과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 두 가지 문제를 모두 안고 있다.
지난 6월 취임한 신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5월 청문회에서 "상장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 지분율 기준인 30%(총수 일가 지분) 문턱을 피하려고 29.9%로 맞추면서 편법으로 규제를 벗어난 기업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2015년 2월 당시 새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총수 일가 지분 30%) 적용을 앞두고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가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통해 현대글로비스 지분 13.5%를 팔았다.또 정 부회장은 이노션 지분도 8% 처분해 절묘하게 두 회사에 대한 총수 일가 지분율을 29.9%로 맞추고 규제를 피했다.
특히 김상조 위원장이 5월 "순환출자가 총수 일가의 지배권 유지·승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룹은 현대차그룹 하나만 남았다"고 콕 짚어 말하면서 현대차는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혁 압박을 시달려야 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4개의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주요 순환출자 고리는 '현대차-기아차-모비스-현대차',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등으로, 이 구조를 통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주력 계열사 현대차에 대한 낮은 지분율(각 5.17%, 2.28%)만으로도 전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여기에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까지 겹쳐 현대차로선 말 그대로 그룹의 명운을 건 '큰 그림'을 조만간 내놓아야 할 처지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규제 대응'과 '후계 구도'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지주회사 전환 등 시나리오가 거론되지만, 최소 수조 원에 이르는 지분 정리 비용과 관련 계열사 주주들의 반발 등을 고려할 때 실행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지금까지 뚜렷하게 일감 몰아주기나 지배구조 문제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또 올해 약 1조원의 '통상임금' 폭탄까지 맞았다.
지난 8월 말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법원이 "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고 기아차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아차는 급여 소급분과 소송 비용 등 9천777억원을 올해 3분기(7~9월) 회계장부에 일괄 비용으로 반영했다.
그 결과 기아차는 3분기에 4천억원이 넘는 분기 영업손실을 냈다. 2007년 10월(1천165억 원 영업손실) 이후 10년 만의 분기 영업 적자다.
롯데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지만 이를 제대로 자축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이 이어졌다.
신동빈 회장이 회삿돈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받고 롯데마트는 사드 보복의 표적이 되면서 중국 사업 철수를 결정해야 했다.
총수 일가에 500억원대 '공짜 급여'를 지급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 회장은 22일로 예정된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
신 회장은 또 이와 별개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도 연루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 112개(슈퍼마켓 13개 포함) 점포를 운영 중이던 롯데마트는 집요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지 매장의 정상적 영업이 불가능해지자 결국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중국 매장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한중 간 사드 앙금이 완전히 풀리지 않으면서 매각 작업도 순탄치 않아 목표로 했던 연내 매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 관계자는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5∼10개 외국계 업체와 매각 협상을 벌였으나 아직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황"이라며 "연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2차에 걸쳐 7천억원의 자금을 중국 롯데마트 운영자금 등의 명목으로 긴급 수혈했던 롯데마트는 내년 1월까지도 매각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세 번째 긴급자금을 수혈해야 할 처지다.
◇ 새 정부 정책 호응 SK·LG '순항'
SK그룹은 세계적 낸드플래시 업체인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지분 인수와 최태원 회장의 '공유 인프라'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가 올해 눈에 띈 이슈였다.
도시바 메모리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SK하이닉스가 참여한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이 인수에 성공했다.
다만 통째로 회사를 인수하는 형태가 아니라 지분을 일부(49.9%) 인수하는 데 그치면서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해 당초 기대한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SK는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선진기술을 보유한 도시바와 기술교류 등을 기대했으나 SK하이닉스 지분율은 15%를 넘지 않도록 합의하면서 이 같은 시너지가 제한적일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오래전부터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기울여온 최태원 회장은 올 한해 '공유 인프라'란 화두로 주목받았다. 새 정부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가운데 최 회장이 이런 정책 기조에 부응하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론을 제기한 것이다.
최 회장이 제시한 공유 인프라란 유·무형의 기업 자산을 협력업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사회적기업 등과 나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최 회장은 또 "10년 내에 사회적기업을 10만개 만들자"는 제안도 내놨다.
LG그룹은 경영 외적 부분에선 대체로 조용한 가운데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크게 신장됐다.
LG전자·화학·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가 실적 개선을 이끌면서 그룹 전체적으로는 올해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 12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3분기까지 LG전자는 2조1천17억원, LG화학은 2조3천135억원, LG디스플레이는 2조4천171억원을 벌어들였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영업이익 1조3천378억원, 1조9천919억원, 1조3천114억원을 훌쩍 웃도는 성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이들 3개 사의 영업이익이 올해 모두 합쳐 8조2천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는 또 11월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개인 대주주들이 보유하던 LG상사 지분을 지주회사인 ㈜LG가 매입해 이 회사를 지주회사 체제 안으로 편입시켰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지주회사로 전환한 일부 재벌이 개인 대주주의 지분이 높은 계열사를 지주회사에 편입시키지 않은 채 놔두고 있다고 지적하자 주요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이에 대한 조치에 나선 것이다.
LG는 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대기업 중 첫 방문 기업으로 지목해 찾아간 자리에서 "협력업체 상생에서 모범이 되는 기업"이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 신세계 '변화 모색'…CJ '이재현 회장 경영 복귀'
신세계그룹은 올해 내실을 다지면서 한편으로는 다양한 변화를 꾀했다.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는 일부 영업 부진 점포를 폐점하고 미개발 부지를 매각하는 등 수익구조 개선에 나섰다.
이마트는 1997년 중국 진출 이후 20년 만에 철수하기로 했다. 남은 점포 6곳을 모두 연내 정리할 계획이다.
반면에 이마트몰과 창고형 할인매장인 트레이더스, 전문점 사업은 확대하고 있다. 편의점 위드미는 이마트24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 8월에는 초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점을 개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의 첫 로드숍을 이달 내에 강남역에 열며, 패션 편집숍 '분더샵'은 미국에 진출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롯데, 신라에 이은 '빅3' 자리를 굳혔다. 명동점 매출이 급증했고, 인천공항 제2터미널 사업자로도 선정됐다.
신세계그룹은 내년부터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투자와 성장에 속도를 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17일 CJ블로썸파크 개관식을 통해 4년 만의 경영 복귀를 공식화했고, CJ는 2020년까지 물류, 바이오, 문화콘텐츠 등 분야 M&A를 포함해 3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2020년까지 충북 진천에 5천400억원을 투자해 식품 통합생산기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식물성 고단백 소재인 농축대두단백(SPC) 부문 세계 1위 기업인 브라질 셀렉타(Selecta)사를 3천600억원에 인수했다.
CJ대한통운은 베트남 1위 종합물류기업인 제마뎁(GEMADEPT)을 인수해 베트남 최대 종합물류사업자가 됐다.
CJ그룹은 제약 계열사 CJ헬스케어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물류, 바이오, 문화콘텐츠 등 핵심 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포스코에서는 수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2014년 8대 회장으로 취임한 권오준 회장이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다시 차기 회장으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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