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인터넷업계 '규제 도입' 격랑 속 AI시대 본격화 주목

입력 2017-12-18 07:00
내년 인터넷업계 '규제 도입' 격랑 속 AI시대 본격화 주목

포털 규제 도입 여부 고비…'외국계 역차별' 철폐 압박도 심화될듯

AI 투자 결과물 대거 출시…생활 침투 가속화 전망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내년 국내 인터넷·포털 업계는 본격적인 규제 도입의 바람 속에서 격랑의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올해 대형 포털들의 사회적 책임 논란으로 촉발된 규제 도입 논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구체적인 수준으로 진화하면서 그동안 별다른 규제 없이 사업을 영위하던 업계에 일대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또 국내 업체뿐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등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업체들도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규제 도입 및 과세 기준 강화 추세 속에서 변화를 모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AI) 등 기술 개발에 투자를 집중해 온 인터넷 업체들은 내년에는 하나둘씩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할 전망이다.



◇ 규제, 논의 구체화…실제 도입 여부는 내년이 고비

국내 인터넷업계의 양대 공룡인 네이버는 검색 시장, 카카오는 메신저 시장에서 각각 독과점적 사업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 세간의 일반적인 평가다.

그런데도 다른 업계와 달리 '시장 획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들은 규제 논의에서 번번이 빠져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와 국회가 모두 포털에 대한 규제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어 이번에도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고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는 조기 대선을 치르며 양대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뉴스 편집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고, 골목상권 침해나 시장 지배력 남용 등 '갑질 시비'도 끊이지 않는 등 포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란이 어느 때보다 거세게 일었던 한 해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 학계 등에서는 포털 규제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많이 진행됐고 실제로 구체화한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규제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비례대표)이 발의한 '뉴노멀법'이다.

전기통신사업법과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을 각각 개정, 특정 업체의 시장 독점 여부를 감시하고 제재하며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분담토록 하는 등 내용이 뉴노멀법의 핵심이다.

그러나 과잉 규제라는 지적에 부딪혀 이번 정기국회 통과는 불발됐고 지금은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만약 내년 국회에서 이 법이 통과돼 규제에 대한 근거 조항이 마련된다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사업 계획은 큰 폭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세금 제대로 내라"…외국계 업체 '역차별 폐지' 압박 강화

국내 인터넷·포털업체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구글·페이스북 등 외국계 업체가 국내에서 누리는 혜택에 대한 반발도 거세졌다.

특히 국경이 없는 인터넷 사업의 특성을 활용해 세금 납부를 회피해오던 다국적기업에 맞서 전 세계적인 규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세계 최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이 최근 각국에서 발생한 광고 매출액을 소속국가 세무 당국에 직접 신고하는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에 페이스북코리아도 국내에서 올린 광고 매출에 대한 세금을 2019년부터 우리나라에 낼 계획이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기업 구글은 아직 별다른 방침을 밝힌 바 없다. 구글코리아는 수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에 대한 세금을 내고 있지 않음에도 "국내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개별 업체의 방침과는 별개로 정부 차원의 규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우선 다국적기업의 정보를 조세 당국에 보고하도록 한 '국가별보고서' 제도가 새해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구글 등 업체는 조직구조·사업현황, 지배구조, 이익·손실 등 이전까지 베일에 가려졌던 상세한 내용을 국세청에 제출해야 한다. 이는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지만, 세무 당국 입장에서는 상당한 근거자료가 될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2020년 합의를 목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는 앱스토어 과세 문제가 결론이 나면 조세 회피 및 역차별 문제가 일단락되리란 전망도 있다.



◇ AI 투자 결실 '속속'…네이버·카카오의 '멋진 신세계' 청사진

안팎으로 바람 잘 날 없던 한 해였지만, 미래 대비는 소홀히 할 수 없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불리는 AI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오면서 인터넷업계도 올해 이 부문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 부었다.

올해 하반기 들어 네이버와 카카오는 AI 스피커 등 일부 제품을 선보였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그간 쏟은 투자와 노력의 성과물을 내놓을 예정이다.

네이버는 AI 기술을 활용해 자사가 강점을 지닌 검색 및 정보 제공 분야를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미 뉴스와 쇼핑, 인터넷 검색 등 일부 부문에서 AI 기술이 적용됐고 내년부터는 더욱 다양한 부문에서 AI의 적용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네이버는 특히 인터넷기업으로서 그동안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던 하드웨어 시장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지난 10월 상당한 수준의 로봇 제품을 다수 발표해 세간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또 동시통역 기능을 갖춘 무선 이어폰 '마스'를 내년 초에 출시하는 등 일반 소비자도 '네이버 하드웨어'를 생활 속에서 만나게 된다.

카카오는 '생활의 모든 순간에 만나는 AI'를 목표로, 이미 강점이 있는 온·오프라인 연계 사업(O2O)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 삼성전자, GS건설, 롯데그룹 등 굵직한 대기업들과 제휴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진행 중이다.

이미 현대 제네시스 G70 등 일부 차량에는 카카오의 AI 엔진 '카카오i'가 적용됐고, 건설사와 협력해 집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음성 인식 기반 AI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ljungber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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