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급공사 뒤엔 '검은 거래'…비위로 얼룩진 공직사회

입력 2017-12-16 08:17
관급공사 뒤엔 '검은 거래'…비위로 얼룩진 공직사회

뇌물수수·성폭행·마약 투약·폭행 등 '범죄 백화점'

비위 용납 없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목소리 나와

(전국종합=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공직자가 저질렀다고 믿기 어려운 비위·일탈 행위가 올 한해 잇따라 터지면서 공직사회가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관급공사 발주와 관련 업자의 로비에 넘어간 공직자들이 스스럼 없이 금품을 받아 챙겼다. 동료 성폭행이나 마약 투약 등 조직폭력배나 저지를 법한 저급한 범법행위도 끊이지 않았다.

매번 문제가 터질 때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엄벌 의지를 천명하지만 공무원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내부에서조차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도덕적 윤리를 바로 세우고 엄격한 행동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 공사 발주·납품 뒤에 공무원·업자 유착

관공서가 발주하는 공사와 관급 자재 납품 계약 때는 공직자와 업자 간의 '검은 거래'가 존재했다.



권한이 막강한 자치단체장에서부터 관공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방의원, 업무 담당 공무원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업자와 결탁했다.

전남 보성에서 지난 10월 터진 관급계약 비리 사건에 주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보성군청의 40대 공무원이 브로커로부터 2억2천500만원의 뇌물을 받아 이 중 1억5천만원을 이용부 군수에게 전달했다. 또 다른 40대 공무원도 2억3천900만원의 뇌물을 받아 2억원을 이 군수에게 상납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이 군수가 구속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강원 고성에서는 재생 사무용품을 정품으로 속여 관공서에 납품하는 업자로부터 돈을 받아 회식비로 쓴 98명의 공무원이 적발됐다. 이 중 수년간 5억3천여만원을 챙긴 한 공무원은 구속됐다.

김철주 전남 무안군수도 2012년 인사 청탁 명목으로 2천만원, 2015∼2016년 업체 편의 제공 명목으로 2천500만원을 각각 챙겼다가 지난 4월 영어의 몸이 됐다.

교육계도 비위·일탈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관급공사 수주를 대가로 3억원의 뇌물을 받은 김복만 울산시 교육감이 구속됐다. 지난 1월에는 연구원에게 지급할 인건비를 챙기거나 허위 출장비를 청구하는 방법으로 국가보조금을 가로챈 모 국립대 교수가 구속됐다.

지방의회도 의원들의 비위·일탈 행위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충북 충주시의회의 한 의원은 특정 업체에 관급공사를 몰아주는 대가로 8천여만원을 받았다가 구속됐다. 부산 북구의회 한 의원은 아파트 조합원 모집 불법 현수막 과태료를 감액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달 초 쇠고랑을 찾았다.

◇ 파렴치 범죄도 비일비재…"자정 능력 상실" 비판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 저지른 일이라고는 생각하기조차 힘든 파렴치 범죄도 끊이지 않았다.



동료 공무원 성폭행, 제자 성추행, 마약 투약, 묻지마식 폭행 등 범죄 유형을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충북의 한 지자체 공무원은 지난 4월 후배 여자 공무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쇠고랑을 찼고, 전남의 한 경찰은 지난 10월 카페에 혼자 있던 미성년자 성폭행을 시도했다가 구속됐다.

수원의 모 소방서 간부 공무원은 구내식당 여성 조리원을 추행했다가 구속됐다. 경기도에서는 지난 6월 전교 여학생의 3분의 1에 달하는 72명을 상습 성추행한 교사 2명이 구속되면서 지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충북 청주에서는 경찰이 조직폭력배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속칭 '보도방'을 운영한 공무원이 적발됐다.

지난 4월에는 가정불화를 겪던 경남의 30대 공무원이 아내와 딸을 살해하려다 경찰에 검거됐고, 충남 예산에서는 지난 9월 자신이 근무하던 119안전센터에서 둔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린 40대 소방공무원이 구속됐다.

지난 6월에는 일면식도 없는 70대 노인을 다짜고짜 폭행해 하반신을 마비시킨 서울시 교육청 공무원이 구속된 일도 있다.

마약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도 있다. 경남 지역의 50대 공무원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야생 대마를 채취해 피우다가 기소됐다. 모 도청에 근무하는 50대 공무원은 필로폰 밀수에 가담하고 투약한 혐의로 지난 10월 구속됐다.

◇ "무너진 공직기강 도 넘어"…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목소리

각 지자체는 비위·일탈 행위를 사전 예방하고 이런 행위가 발생하면 일벌백계하겠다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금품수수, 후보 공무원의 간부 공무원 폭행, '보도방' 운영 등 공무원 범죄로 얼룩진 청주시는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규정된 승진 제한을 강화했다. 중징계는 최장 2년, 경징계는 최장 1년의 승진 제한 기간을 연장한 것이다.

관리자·부서 연대 책임제, 내부 통제·소통 강화, 공직 비위 사후관리 확대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경기 파주시도 시민 명예 감사관, 클린신고센터, 공직자 부조리 신고 센터 등의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부패·비리 관행을 끊어내고 청렴한 공직 풍토를 조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느슨해진 공직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훨씬 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소한 비위·일탈도 일벌백계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요구가 그것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귀감이 돼야 할 공무원들이 거론하기도 민망한 저열한 범법행위에 연루됐다"며 "자정 능력을 잃은 것 아닌지 의심스러운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기강을 다잡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 데도 쇄신이 안 되는 게 문제"라며 "더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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