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출산·버려지는 아이 줄여라"…日 비밀출산제 도입 추진

입력 2017-12-15 17:27
"위험한 출산·버려지는 아이 줄여라"…日 비밀출산제 도입 추진

임신부 익명 출산, 아이에게 때 되면 모친 신원 알려주는 방식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에서 위험한 출산과 버려지는 아이들을 동시에 줄이려는 목적으로 임신부가 익명으로 출산을 하는 '비밀출산' 제도의 도입이 추진 중이어서 주목된다.

1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구마모토(熊本)현 구마모토시 소재 지케이(慈惠)병원은 희망하지 않았던 임신으로 고립된 여성이 안전하게 출산을 할 수 있도록 비밀출산 제도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비밀출산은 임신을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여성이 의료기관에서 익명 출산을 하게 한 뒤 아이가 일정 연령이 되면 모친의 신원을 알리는 방식으로, 독일에서 2014년 도입된 바 있는 제도다.

이 병원은 임신부의 신원을 기록한 서류를 밀봉해 행정기관에 맡긴 뒤 임신부가 아이를 출산하면, 아이가 입양 가정에서 성장하다가 일정 나이가 되면 해당 서류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지케이병원은 구마모토시에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으며, 시 측은 내년 초 도입 여부를 논의하는 모임을 개최할 계획이다.

지케이병원은 지난 2007년부터 '베이비박스'를 운영 중인 병원이다. 베이비박스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설치한 상자다.

하지만 베이비박스를 둘러싸고는 '자택이나 차(車) 안 등 위험한 환경에서 출산한 뒤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자신의 부모를 알 권리를 빼앗는다' 같은 비판이 많았다.

지케이병원은 비밀출산 제도가 도입되면 임신부의 위험한 출산을 막는 동시에 아이의 권리를 지켜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케이병원은 "임신 사실을 알리기 싫어 누구와도 상담하지 못한 채 고립된 임신부가 적지 않다"며 "비밀출산으로 임신부의 병원 진단 부담을 낮추고 위험한 출산을 줄여 산모아 신생아 모두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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