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전 금품도 매수죄' 판결에…檢, 60여건 검토 돌입
대법 "매수죄는 선거구 상관없이 성립" 판결하자 분주해진 검찰
금품 사건 60여건 공소장 변경 검토…이미 확정된 사건은 불가능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선거구가 불분명했던 기간에 유권자에게 금품 등을 제공한 행위를 공직선거법상 매수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검찰이 분주해졌다.
매수죄가 아닌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혐의를 적용했다가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던 사건들을 매수죄로 바꿔 기소하기로 하고 기록 검토에 나선 것이다.
16일 대검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은 전국 검찰청에서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게 매수죄 추가 적용이 가능한 사건들을 골라내 살펴볼 방침이다.
검토 대상은 지난해 1월 1일부터 3월 2일까지 국회의원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았던 시기에 발생한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사건 60여건 중 아직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은 것들이다.
검찰은 매수죄 적용이 가능할 경우 이들 사건의 공소장을 변경할 방침이다.
유권자에 대한 금품·향응을 처벌하는 기부행위죄와 매수죄 조항은 내용이 거의 동일한 만큼 공소장을 변경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기부행위 처벌 조항인 공직선거법 112조는 후보자는 물론 누구라도 선거를 목적으로 선거구민 등에게 금품 등을 주는 행위를 기부행위로 보고 금지한다.
같은 법 230조는 당선을 목적으로 선거구민 등에게 금품 등을 제공한 경우를 매수죄로 처벌하도록 한다.
대검 관계자는 "범죄 유형이 거의 같아서 기부행위죄로 기소된 사건에 매수죄를 추가하는 식의 공소장 변경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무죄가 이미 확정된 사건의 경우에는 일사부재리 원칙상 매수죄로 다시 기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금품제공 행위가 무죄가 난 것은 작년 1월 1일부터 3월 2일까지 선거구가 불분명한 시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기존 국회의원 선거구가 작년 1월 1일부로 폐지됐는데도, 국회가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가 그해 3월 3일에야 새 선거구를 획정했다.
검찰은 선거구 획정이 안 된 시기에 발생한 60여건의 금품 제공행위를 기존처럼 기부행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 4월 "기부행위는 유효하게 존재하는 선거구를 전제로 성립한다"고 판단하면서 처벌에 공백이 생겼다.
대법원 판결 이후 하급심에서 잇따라 유사 사건에 무죄가 선고됐지만, 검찰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다 대법원이 15일 "공직선거법상 매수죄는 유효한 선거구 존재와 상관없이 성립한다"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돌파구가 생겼다.
대법원은 기부행위죄와 달리 매수죄는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더라도 성립한다고 봤다. 기부행위죄는 선거구가 획정돼 선거구민 자격을 얻은 지역주민에게 금품을 제공한 경우에 적용되는 반면, 매수죄는 장래에 선거구민이 될 지역주민에게 금품을 제공한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이유였다.
선거구 미획정 기간에 벌어진 금품제공 행위를 규제할 길이 열리면서 검찰은 처벌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무더기 무죄 판결을 피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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