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반발 부담됐나…조례안 재논의 미루는 대전시의회
재의 요구 폐기물 조례안 본회의 상정 안 해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대전시의회가 재의(再議·의결된 안건에 대해 다시 심사하는 절차) 요구를 받은 조례안에 대해 본회의 상정을 미루는 방식으로 논의를 피해가고 있다.
본회의 상정을 계속 미루면 조례안이 자동으로 폐기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의회가 스스로 발의하고 가결한 조례안이 자동으로 폐기되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의회는 15일 열린 제234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 시로부터 공익을 해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재의 요구를 받은 '폐기물 관리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 재의 요구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시의회가 재의 요구건을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상당 부분 예견됐다.
재의 요구를 받은 조례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조례로 확정되는 데 가결·부결 모두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조례안이 부결되면 시의회가 지난 회기에 조례안 심사를 엉터리로 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고, 가결되면 재의를 요구한 시와의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상정 보류를 최선책으로 선택한 셈이다.
지방자치법 시행령 71조는 '재의를 요구받은 지방의회는 부득이한 사유가 없으면 재의 요구서가 도착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재의에 부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으로 본회의 일수가 7일 남아 언제 다시 재의에 부칠지는 미지수지만, 시의회 안팎에서는 내년 6월 7대 의회 종료와 함께 조례안이 자동 폐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2월 재의 요구를 받은 '도시공원 및 녹지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 재의 요구건'에 대해 본회의 상정을 미루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추측에 무게를 실어준다.
이 조례안은 민간공원 조성 사업 협약과 관련해 시의회와 협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시는 조례가 시장의 고유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며 재의를 요구했다.
결국 자신들이 만든 조례가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거나 재의 요구라는 시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상정 보류를 선택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게 의원들의 중론"이라며 "내부 논의를 위해 조례안을 상정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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