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론 분열에 지도부 자중지란…혼돈의 국민의당

입력 2017-12-15 11:36
수정 2017-12-15 14:36
통합론 분열에 지도부 자중지란…혼돈의 국민의당



'DJ의혹제보' 박주원 "통합 막으려는 호남중진의 범죄" 음모론

'친안' 이태우 "김중로 최고위원 지명 철회해야" 공개 비판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중도통합론을 둘러싸고 내부 노선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국민의당이 박주원 전 최고위원의 '김대중(DJ) 전 대통령 비자금 제보 의혹' 악재가 겹치며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여기에 신임 최고위원 지명을 두고 지도부 내 이견이 돌출하며 자중지란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박 전 최고위원은 15일 오전 주변의 예상을 깨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자신에 대한 비상징계안 논의가 예정된 당무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억울함을 떨치지 못한 듯 자리를 옮겨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입장을 거듭 호소했다.

박 전 최고위원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막아보려는 소위 호남중진들의 행동이 도를 넘더니 이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구태정치의 전형적인 범죄행위까지 저지르고 있다"며 '음모론'을 꺼내들었다.

그는 자신이 주성영 전 한나라당 의원에게 의혹을 제보한 정황이 담긴 법원의 판결문(약식명령서)를 지난 8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제시한 이용주 의원을 겨냥해 "피의사실 정보를 불법적으로 이용했다"고 지적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박 전 최고위원은 최근 주 전 의원과 통화한 내용을 녹취록으로 구성해 당무위에 제출하기로 했다며 '진실공방'을 예고했다.

당 안팎에서는 박 전 최고위원이 징계에 불복하며 문제제기를 이어가는 현 상황이 당내 찬반 갈등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나라당 출신인 박 전 최고위원이 김 전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렸던 비자금 의혹을 촉발시킨 장본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가 지도부 입성 후 안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를 적극 지지했던 점이 겹쳐지며 호남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도부 내에서도 갈등 기류가 감지됐다.

안 대표의 비서 출신으로 친안(親安·친안철수)계로 분류되온 이태우 청년최고위원이 이날 최고위 공개발언을 통해 안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를 작심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 의원은 "어제 언론보도된 지명직 최고위원 철회를 정중하게 요청한다"면서 안 대표가 최명길 전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최고위원 자리에 김중로 의원을 내정한 것에 반발했다.



더욱이 당대표의 고유 권한인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방침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어서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린다.

김 의원은 국민의당-바른정당 의원들 모임인 국민통합포럼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뜻을 함께하는 원외 지역위원장들의 독자세력화에 힘을 싣는 등 통합 논의를 측면 지원해온 인물이다.

이에 대해 이 최고위원은 "당의 공식 기구가 아닌 포럼이나 모임을 통해 세대결을 하는 모습이 결코 국민에게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놨다.

비록 호남 중진들이 '평화개혁연대' 활동으로 통합 반대파 세몰이를 하는 것도 동시에 겨냥한 발언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안 대표가 통합을 밀어붙이는 데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통합파 최고위원 2명(최명길·박주원)이 잇따라 낙마한 상황에 이 최고위원까지 불편한 관계로 돌아서면서 지도부 내에서조차 안 대표의 리더십을 뒷받침하기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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