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재벌개혁 방법? 그들은 다 안다…실행이 중요"

입력 2017-12-15 10:00
수정 2017-12-15 11:19
김상조 "재벌개혁 방법? 그들은 다 안다…실행이 중요"



"경제민주화 시작은 재벌개혁…본령은 갑질 근절"

"소득주도성장·낙수효과 선순환 위한 평평한 운동장 만들겠다"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 문제 해결방법은 재벌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얘기할 필요가 없다"며 "그 방법을 실행하는 결정이 중요하다"고 15일 밝혔다.



그는 전날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연 공정위 출입기자단 송년 간담회에서 재벌개혁을 위해 재벌이 나아가야 할 길과 관련해 이렇게 말하며 "변화의 끝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국내 재벌을 '대저택'에 비유하며 '대저택 중 빨리 불을 질러야 할 집은 어디일지, 어떻게 하면 전소를 면할 수 있는지 기업들이 답답해한다'는 질문에 "대저택을 불태우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신 적절하게 리노베이션(개·보수)할 것"이라며 "기업은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모르겠다며) 답답해하지만, 그들은 이미 알고 있으므로 (재벌개혁은) 불확실성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 합병 문제를 예로 들며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금융감독통합시스템이 해결책으로 시장질서가 정상화된 나라라면 기본적 장치를 통해 변화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의 시작은 재벌개혁이지만 본령은 갑질 근절에 있다"며 "우리 사회를 평평하게 하는 작업을 지속해서 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에 추진할 정책에 대해서는 "상반기는 이미 발표한 정책을 성과로 연결하고 하반기에는 법률·재정적 수단이 필요한 입법 과제에 집중하겠다"며 "장기 과제는 좋은 일이지만 우리 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1월부터 휴대전화 통화대기 음악으로 영국 출신 가수 알 스튜어트의 '베르사유 궁전'(The Palace of Versailles)을 설정할 것이라며 공정위의 개혁 속도를 암시했다.

혁명의 덧없음을 이야기하는 노랫말을 빌려 "'혁명'이 아닌 '진화'가 돼야 한다"며 "6개월 이내에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발상으로 지난 30년간 개혁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조금씩 꾸준히 일관되게 우리 사회와 경제 주체의 행동과 인식을 바꾸며 예측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변화를 만들고 싶다"며 "앞으로 남은 임기 2년 반 동안 그렇게 일할 각오를 하고 있다"고 다짐했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로펌 직원만 청사 출입을 할 수 있도록 한 한국판 로비스트 규정과 관련해 "훈령 초안을 만들었고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바로 시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로비스트 규정이 청와대나 정치권의 외압까지 차단할 수는 없고 입법 중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라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코가 성기더라도 그물을 여러 개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간부들에게 내년 상반기까지 공정위 캐비닛을 털라고 했다"며 "쌓여 있는 사건 중 처리할 수 없는 것은 빨리 종결하고 할 수 있는 것은 빨리 해결하라고 지시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한국경제가 저성장 양극화를 겪는 이유는 지난 과거 고도성장 때 잘 작동했던 낙수효과 연결고리가 운동장이 기울어져 끊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과 낙수효과는 대치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탑다운(하향)과 바텀업(상향)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 때 우리 사회 미래가 있으며 그를 위한 평평한 운동장을 만드는 것이 공정위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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