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임종 준비하는 말기 암 환자…곁에는 이들이 있다
대전 충남대병원 가정호스피스 팀 활동 전국서 주목
"남겨진 시간, 가족과 원하는 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지원"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가족에게 버림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무섭습니다."
신체 능력을 점점 상실해가는 말기 암 환자 210명에게 '심리적으로 현재 가장 두려운 일'을 꼽아달라고 물었을 때, 127명에게서 돌아온 답이다.
많은 암 환자가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실제 지난해 대전시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말기·진행 암 환자 대상 조사결과 75.9%가 가정에서 지내길 원했다.
이런 환자들을 위해 집으로 직접 찾아가 돌보는 이들이 있다.
가정호스피스 의료진이 그 주인공이다.
가정호스피스는 환자를 힘들게 하는 신체적·심리적 증상과 가족의 어려움을 돕고자 하는 게 목적이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이뤄진 완화의료 전문가가 한 팀을 이룬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받는 서비스를 가정에서도 동일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전 충남대병원은 가정호스피스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1995년부터 이 활동을 시작했다.
의료진 중심의 봉사 개념이었다.
전문적인 가정호스피스가 뿌리내리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10여년 후다.
2008년 2월 완화의료전문병동이 문을 열고 가정호스피스 간호사 1명이 배치됐다.
이어 2011년에는 대전시 가정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가 개소했다.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는 3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전문 인력을 충원하고 미술·음악·아로마 프로그램도 활성화하는 등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가정호스피스 운영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 202명, 2015년 182명, 지난해 149명이던 환자 수는 올해 210명으로 늘었다.
방문 횟수는 1천859건에 달한다.
최영심 충남대병원 가정호스피스 사업 책임간호사는 "의사들은 신체검진이나 투약 처방 등을, 간호사는 통증과 수면 등 신체증상 관리와 심리적, 영적 관리를 맡는다"며 "남겨진 시간, 가족들과 원하는 곳에서 지내도록 하는 게 저희의 일"이라고 15일 말했다.
임종 시 곁을 지키거나 환자가 생을 마치고서 가족들을 찾아 심리적 안정을 돕기도 한다.
최 간호사는 "가족들의 경우 환자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대처하지 못해 힘들어하기도 한다"며 "직장과 병간호를 병행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아로마와 음악·미술 치료 효과도 상당하다.
'편안하고 통증을 잘 느끼지 못했다', '부부가 음악을 통해 더 많은 대화를 하게 됐다', '엄마와 살던 집을 떠올렸다', '부인이 걷는 길이 꽃길이었으면 싶다'는 진솔한 반응도 얻었다.
정부에서는 충남대병원 가정형 호스피스를 건강보험수가 시범사업으로 선정하고 향후 지표로 삼고자 자료를 모으고 있다.
현재 말기 암 환자에게 책정된 진료비 중 방문료는 의사 5천990원, 간호사 3천810원, 사회복지사 2천400원이다.
교통비, 기타 처치비, 투약비 등도 전체 5%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최영심 간호사는 "가정호스피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환자 접근성"이라며 "지금은 병원 중심이지만, 앞으로는 지역 사회 기반의 독립형 호스피스가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충남대병원 대전 지역 암센터 2층 의행홀에서는 대전시 가정호스피스 사업의 성과를 돌아보는 보고회가 열릴 예정이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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