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 곽도원 "외교안보수석도 일상에선 동네 아저씨"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영화 '강철비'에서 곽도원이 연기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는 한마디로 '말 통하는 보수'다. 정권교체기 양쪽 정권은 물론 미국·중국 정보기관 인사들과 긴밀히 교류하며 한반도의 앞날을 위해 백방으로 뛴다.
곽철우는 그러나 고위 관료의 딱딱한 얼굴만 하고 있지는 않다. 북한 요원 엄철우를 옆에 두고 지드래곤의 히트곡 '삐딱하게'를 부르며 어깨춤을 춘다. 영화 개봉일인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곽도원은 "외교안보수석이라고 해도 일상에서는 동네 아저씨"라고 말했다.
"우리가 정치인이나 법조인을 방송 같은 매체에서만 보잖아요. 그래서 굳어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적으로는 우리 아버지이자 형, 동네 아저씨죠. 주차 문제 때문에 싸운 동네 아저씨가 외교안보수석일 수도 있고요. 일상의 곽철우와 공적인 곽철우의 색깔은 분명히 다를 거라고 생각하고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곽철우가 부르는 '삐딱하게'는 관객에게 웃음을 줄 뿐만 아니라 남북한을 잇는 역할도 한다. 엄철우도 북한에 있는 딸에게 이름만 들은 지드래곤이 궁금하던 차였다. 원래 설정은 '삐딱하게'가 아니라 '판타스틱 베이비'였다. "'삐딱하게'는 40대도 공감되는 지점이 있잖아요." 곽도원이 양우석 감독에게 강하게 요청해 저작권 문제까지 해결하고 바꿨다.
지난해 '곡성'에서 겁많은 경찰관 종구를 연기한 곽도원은 이후 엘리트 역할을 주로 했다. '아수라'의 독한 검사 김차인, '특별시민'의 검사 출신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를 거쳐 이번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유학파 출신으로 외국 정보기관 간부들과 한반도 위기를 관리하느라 영어와 중국어 대사에 공을 들였다. "영어는 마음 속에 있는 건데, 이걸 끄집어내려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실제 옥스퍼드대 나온 사람이 들으면 어떨까 고민도 되고요. 엘리트 연기 참 힘들어요. 하하."
'변호인'에서 함께 작업한 양우석 감독과 인연도 있지만 영화가 제시하는 문제의식, 특히 북핵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결말 부분이 곽도원을 '강철비'에 끌어들였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결말이 충격이었죠. 주인공과 저를 일치시키면서 동화됐어요. 우리도 이렇게 강대국 대열에 끼고 대한민국이 약소국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죠. 월드컵에서 무시당하는 그런 느낌 있잖아요."
3년 전부터 제주도에 내려가 살고 있는 곽도원은 이른바 '한한령'으로 금세 한산해진 동네를 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다. "강대국이 관광객 끊어버리니까 순식간에 허덕이고 월세를 못 낼 지경이 되더라고요. 협박당하는 초등학생 같은 느낌이랄까요. 너무 속상했죠."
곽도원은 '아수라'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춘 정우성에 대해 "정말 준비를 많이 하는 배우라는 걸 느꼈다. 함께 있는 장면이 많은데 '서로 주는 것만 받으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정우성의 눈빛이 영화 속 엄철우의 순수함을 표현하는 데 제격이었다고.
그는 '강철비'의 매력에 대해 "너무나 있을 법한 이야기에, 긴장감이 가장 큰 영화"라고 말했다. "근미래에 있을 법한 사실적인 이야기입니다. 감동도 있고, 웃음도 있고, 브로맨스도 있고, 종합적으로 갖춘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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