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터넷 방송인 350만명…70% 한 달 1만6천원도 못 벌어

입력 2017-12-14 15:39
中 인터넷 방송인 350만명…70% 한 달 1만6천원도 못 벌어

시장 규모 5조원 넘어…"일 년 내내 열심히 일해도 성공 확률 희박"

네티즌 인기 끌고자 위험한 영상 연출하다가 사망하기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수많은 중국 젊은이들이 '왕훙'(網紅·인터넷 스타)을 꿈꾸며 인터넷 개인방송에 뛰어들지만, 대부분 변변찮은 수입에 만족해야 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투자은행 크레딧 스위스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는 350만 명이 인터넷 개인방송에 뛰어들었으며, 100곳이 넘는 인터넷 생방송 플랫폼을 통해 이를 시청하는 사람의 수는 3억5천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인터넷 개인 생방송을 통해 패션, 음식, 여행, 게임, 화장품, 유아용품 등의 소비를 주도하는 '왕훙'이 되길 꿈꾸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 중국의 인터넷 생방송 시장 규모는 50억 달러(약 5조5천억원)에 달해 지난해 중국 영화시장 규모(58억 달러·약 6조4천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패션과 화장을 주제로 한 인터넷 생방송으로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판판(가명·26)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 35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으며, 상당한 수입 또한 올리고 있다.

하지만 판판이 얘기하는 왕훙의 실제 삶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어 보인다.

그는 아침 9시에 일어나 매일 자정까지 일한다. 하루 5∼6시간씩 생방송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한 화장과 머리 손질에만 2시간씩 걸린다. 매일 사진과 동영상을 올려야 하기에 올해 쉰 날은 설 연휴 사흘과 수술 후 회복기 2주뿐이었다.

성형수술을 했다는 판판은 "여성 인터넷 방송인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나이, 얼굴, 몸매 등 3가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5년 이상 인기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국 텐센트 연구소가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는 4천500명을 조사한 결과 한 달에 1만 위안(약 165만원) 이상 버는 사람은 5%에 불과했다. 70% 이상은 인터넷 방송을 통한 한 달 수입이 100위안(약 1만6천500원)에도 못 미쳤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네티즌들의 인기를 얻기 위해 위험한 영상을 연출하다가 목숨을 잃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루프타핑'(rooftopping·고층빌딩 오르기) 스타로서 1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린 우융닝(26)은 지난달 8일 중국 후난(湖南)성의 성도인 창사(長沙)시에 있는 62층 빌딩을 오르다가 추락해 숨졌다.

우융닝이 빌딩을 오르는 모습을 찍은 그 자신의 스마트폰에는 그가 추락하는 마지막 모습까지 담겨 있었다.

네티즌들의 클릭 수가 많아야 그들이 주는 현금성 아이템을 얻을 수 있고, 광고에 출연하거나 기업 후원을 받아 돈을 벌 기회가 생긴다. 이에 이처럼 위험하고 자극적인 영상에 도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인터넷 개인 생방송을 보다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중국 내에서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판판은 "2015년 인터넷 생방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처럼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누구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생방송에 참여할 수 있어 경쟁이 너무 심해졌으며, 이것이 우융닝이 죽은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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