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비리 10년에 뇌물 4년 구형까지…롯데 신동빈 '설상가상'(종합)

입력 2017-12-14 16:51
경영비리 10년에 뇌물 4년 구형까지…롯데 신동빈 '설상가상'(종합)

회사 창립 50주년 맞아 최대 위기…22일 실형선고 여부 '촉각'

'뉴롯데' 위기…지주사 전환·해외사업 차질 우려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비리 혐의로 징역 10년을 구형받은 데 이어 14일에는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받으면서 '설상가상'의 위기에 처했다.



두 사건은 재판이 따로따로 진행되는 별개의 사건이라 하나의 재판 결과가 다른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신 회장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롯데는 재판 결과에 대한 직접적 반응은 자체하면서도 이날 구형이 오는 22일로 예정된 경영비리 사건 1심 선고공판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검찰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사건 1심 결심공판에서 신 회장에게 뇌물공여죄를 적용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70억원을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를 취득하기 위한 뇌물 성격의 돈으로 보고 있지만, 롯데 측 변호인은 이를 부인했다.

이에 앞서 신 회장은 롯데 총수 일가의 경영비리 관련 재판에서도 총수 일가에게 500억원대 '공짜 급여'를 지급하게 하고, 롯데시네마 매점에 이익을 몰아주는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에 벌금 1천억원의 중형을 구형받았다.

오는 22일 열리는 경영비리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신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면 롯데는 창립 50년만에 처음으로 총수가 법정구속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롯데그룹은 "아직 재판이 남아있기 때문에 끝까지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영어(囹圄)의 몸이 되면 지주사 체제 완성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과 해외사업 확대 등으로 갈 길이 바쁜 롯데의 앞날에 암운이 드리울 전망이다.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철권통치하던 시절 주요 재벌그룹 중 지배구조가 가장 불투명하고 복잡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롯데는 차남인 신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부터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 결과 지난 10월 식품과 유통 부문의 42개 계열사를 한데 묶은 롯데지주가 공식 출범했다,

하지만 그룹의 또 다른 축인 관광과 화학 계열사들은 여전히 롯데지주로 편입되지 않아 여전히 '반쪽 지주사' 체제에 머물러 있다.

롯데의 지주사 체제가 완성되려면 관광·화학 계열사를 추가로 편입하고 이들 계열사의 중간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를 상장해야 한다.

일본롯데의 지분이 99% 이상인 호텔롯데의 상장은 지주사 체제 완성 외에도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의 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또다른 의미도 가진다.

신 회장의 유죄 판결과 실형 선고는 롯데의 이런 지배구조 개선작업에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기업 상장 요건 심사 때 부당한 내부거래와 같은 회사의 경영 투명성 결격 사유를 주요 평가 항목 중 하나로 보기 때문이다.

호텔롯데의 상장이 무산되면 지주사 체제 완성은 물론 일본롯데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신 회장이 1.4%에 불과한 빈약한 지분율에도 창업주 아들이라는 상징성과 개인 역량으로 지배력을 유지해온 일본롯데홀딩스가 완전히 일본인 주주 손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에서는 회사 경영진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책임을 지고 이사직에서 사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신 회장의 실형 선고 시 일본롯데홀딩스는 이사회나 주총 등을 통해 신 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을 결의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일본롯데홀딩스는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데, 이 경우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는 다카유키 사장을 위시한 일본인들이 실권을 장악하게 된다.

롯데가 10조원 이상 투자한 해외사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규모 자금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이 수반되게 마련인 해외사업의 속성상 의사결정권자의 부재는 치명적 약점이다.

그동안 롯데의 해외사업이 신 회장 개인의 현지 정·재계 인맥과 네트워크에 크게 의존해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롯데는 그동안 가장 역점을 두어 사업을 벌여온 중국에서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표적이 되면서 어려움에 부닥친 상황이지만 제대로 된 자구노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에 처한 회사를 구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다녀야 할 신 회장은 경영비리 및 국정농단 사건에 주요 피의자로 연루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경제사절단에도 끼지 못했다.

정부도 롯데가 사드 배치에 협조한 대가로 중국에 의해 '표적 보복'을 받는 상황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불과 수년 전 부친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은 신 회장은 롯데의 오랜 잘못된 관행과 단절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해 '뉴 롯데'를 만들려고 노력하던 중이었다"며 "부디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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