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편향이 美대외정책 왜곡, 예루살렘 선언이 대표적 사례"

입력 2017-12-14 15:14
"종교적 편향이 美대외정책 왜곡, 예루살렘 선언이 대표적 사례"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면서 대사관 이전 계획을 공표한 가운데 특이한 점은 이 발표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중동방문을 앞두고 급하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도로 알려진 펜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을 비롯한 중동지역을 방문해 지역의 '박해받는' 기독교도들과 단합을 과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역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이러한 목적을 가진 펜스 부통령의 방문을 반기지 않고 있다. 그것은 다수 무슬림 사회에서 소수로 살아가고 있는 기독교도들에 대한 미국의 '특혜'가 결국 지역 기독교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예루살렘 수도 선언이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미 지도부의 종교적 편향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시사지 애틀랜틱은 13일 특히 기독교 위주의 종교적 편향성이 미국의 대외정책을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미 정계 지도부의 기독교계 인사들이 박해받는 종교적 소수그룹을 옹호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유독 기독교 소수그룹, 특히 무슬림 다수 중동지역의 기독교 그룹만을 '편애'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미 무슬림 다수 사회에서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 소수 기독교 그룹만을 편애하는 것은 오히려 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펜스 부통령이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같은 기독교 정치인들의 옹호 역할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이다.

애틀랜틱은 중동의 무슬림 다수 사회에서 폭력이나 테러의 주목표가 되고 있는 것은 기독교도가 아니라 무슬림들이라면서 그러나 기독교 위주 편견과 지원은 무슬림 사회와의 갈등을 야기해 기독교와 유대교, 기타 소수 종교그룹에 좋지 않을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종파 사회인 이라크의 경우 유독 기독교 커뮤니티에만 외부의 지원이 집중돼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미국은 무슬림의 고통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단지 기독교도들의 안위에만 관심이 있다고 꼬집었다.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을 미 지도층 종교적 편향성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주장만을 인정하는 종교적 편견 아래에 팔레스타인의 종교적, 정치적 주장에 대해서는 무관심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전문가의 권고대로 팔레스타인 대사관을 동예루살렘에 설치할 것이라고 발표할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애틀랜틱은 또 미국이 무슬림에 지원이 돌아간다는 이유로 미국제개발처(USAID)의 유엔 지원을 보류시킨 편향성을 지적했다. 이라크 정부에 대한 유엔의 지원은 종파와 관계없이 시급성에 따라 구호를 제공하는 것이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보류하면서 종교적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애틀랜틱은 무슬림을 배제하고 기독교도만을 상대하는 것은 기독교 커뮤니티에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중동에서 미국의 이익 신장에도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서로 다른 종파로 구성된 사회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것이 중동지역 미 외교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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