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번' 소방대·역무원·시민, 지하철역 쓰러진 70대 살렸다
심폐소생술 응급처치 후 의식 회복 도와…"당연히 해야 할 일"
(서울=연하뉴스) 최평천 기자 = 지하철역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70대 노인이 비번이었던 119대원과 역무원, 시민들의 힘을 모은 응급처치로 위기를 모면했다.
14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3시 55분께 지하철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승강장에서 A(73)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함께 있던 아내는 당황해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이때 순찰 중이던 문종영(54) 역장이 A씨를 발견했고, 옆에 있던 시민 1명과 함께 곧바로 A씨 곁으로 달려갔다.
의식이 없는 것을 확인한 문 역장은 즉시 주변 시민들에게 119신고를 요청한 뒤 심폐소생술에 나섰다. A씨가 쓰러진 지 1분도 안 돼 이뤄진 응급처치다.
때마침 퇴근 후 비번이었던 서초소방서 소속 화재진압대원 박연주(29·여)씨가 지하철을 타러 왔다가 이를 목격해 응급처치에 가담했다.
박씨는 A씨의 기도를 확보하고 맥박이 돌아온 것을 확인했다. 이어 심폐소생술을 멈추게 한 뒤 옆으로 눕혀 안정을 취하도록 했다.
A씨의 의식이 돌아온 후에도 박씨는 현장에 몰려든 시민을 통제하는 동시에 A씨가 의식을 잃지 않도록 대화를 계속하고 몸을 주물러줬다.
어린 아들과 함께 있던 시민 1명은 놀란 아들이 우는 와중에도 아이를 달래기보다 응급처치에 집중했다. 이 시민은 할아버지가 누울 수 있도록 들고 있던 가방을 목에 받쳐주고, 몸을 계속 주물러 회복을 도왔다.
의식을 되찾은 A씨는 15분 뒤 도착한 119대원들의 부축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박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구급대원은 아니지만, 기본교육을 통해 구급법을 알고 있었다"며 "퇴근하고 본가에 다녀오던 길에 상황이 발생한 것을 알았고, 바로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10년 전 심장 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현재 건강을 회복해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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