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다해가는 천리안 위성…7년간 우주서 '팔방미인' 역할
설계수명 7.8년…기상·해양·통신 분야서 '눈부신 활약'
ETRI 개발 통신탑재체 수명은 12년…"후속 위성 서둘러야"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2010년 6월 27일 하늘로 쏘아 올린 천리안 위성 1호가 애초 설계된 수명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다.
국가재난·비상시 필수적인 위성통신인 만큼 후속 위성 발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천리안 1호는 그간 정지궤도를 돌며 기상·해양·통신 분야에서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공공 통신위성으로서 국가 재난비상통신(행정안전부), 기상 데이터 전송(기상청), 해양관측 데이터 전송(해양수산부), 군 통신 서비스(국방부) 등 우리나라 안보와 국민 편의를 위해 무상으로 활용했다.
공영방송사인 KBS의 경우 전남 신안군 홍도에서 재난시험 방송을 위해 천리안 위성을 활용 중이다.
ETRI가 개발한 통신탑재체 성능도 눈부시다.
천리안 1호의 두뇌라고도 할 수 있는 통신탑재체를 통해 ETRI는 지난 7년 동안 위성통신 공공서비스, 위성 신호측정, 지상단말 시험, 위성관제 등을 했다.
ETRI가 개발한 통신탑재체는 주파수가 20∼30㎓(기가헤르츠) 고주파 대역인 'Ka' 대역이다.
Ku 대역(14.0∼14.5GHz)보다 강우에 취약하나, 광대역 데이터 전송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Ka 대역 신호의 강우 감쇠(파동이나 입자가 물질 통과 시 일부가 흡수·산란해 에너지나 입자 수가 감소하는 현상)를 해결하고자 적응형 모뎀기술을 개발했다.
우천 시와 비우천 시를 구분해 자동으로 신호를 변경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연구진은 통신탑재체가 위성송신 출력과 수신감도 등 성능 면에서 세계 유수의 상용 통신위성보다 우수하고 안정적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통신위성 독자 기술개발 능력을 방증한다는 설명이다.
천리안 1호에 적용된 Ka 대역 위성기술은 4K 초고화질(UHD) TV는 물론 초고속 인터넷 등 광대역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차세대 핵심기술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도 경쟁적으로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탑재체 내 인쇄회로기판(PCB)을 작은 반도체 칩으로 재설계해 신호 손실도 줄였다.
ETRI는 아울러 2세대 초소형 위성단말(VSAT) 기술도 개발했다.
군, 해경, 소방청 등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Ka 대역 위성으로도 경쟁력 있는 광대역 위성서비스를 할 수 있었다.
산업체에서 무상으로 많은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문제는 천리안 1호 수명이 다해간다는 점이다.
천리안 1호는 최장 7.8년을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산술적으로 내년 하반기 이후엔 언제 멈춰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다.
연료가 남았다면 계속 쓸 수는 있으나, 그리 오랜 기간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ETRI에서 개발한 통신탑재체 수명은 12년으로 돼 있으나, 위성이 돌지 않는다면 소용없다.
정부는 내년과 2019년께 후속 위성인 천리안 2A와 2B 발사를 계획 중이다.
그러나 이는 기상과 해양 분야에 특화한 것이어서 공공 통신위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TRI 관계자는 "최근 발사한 무궁화 위성이 통신위성이긴 하나, 상용위성이기 때문에 공공목적 통신위성에 대한 추가 대책이 절실하다"며 "북한과의 대치 상황이나 지진·태풍 등 재난재해를 고려하면 상시적인 공공 통신위성은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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