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상에 대출금리 또 치솟나…1천400조 가계부채 시한폭탄

입력 2017-12-14 07:03
美금리인상에 대출금리 또 치솟나…1천400조 가계부채 시한폭탄

대출금리 1%p 오르면 고위험가구 2만5천 가구 늘어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4일(한국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1천400조원이 넘는 빚을 보유한 가계의 이자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이달 초 6년 5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미국 연준까지 가세하면서 전체 부채 보유가구 중 12%에 달하는 위험가구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나 가계부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3차례 올릴 것이라고 시사함에 따라 앞으로 국내 대출금리의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 1천400조 가계부채 부실화 우려…위험가구 이자부담 가중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과 보험사, 저축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가계대출은 무려 10조1천억원 늘어 증가세가 1년 만에 최대폭으로 확대됐다.

가계대출 증가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둔화했지만, 여전히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가계신용잔액은 지난 9월말 기준 1천419조1천억원으로, 2014년 9월 말 이래 362조7천억원(34.3%) 늘었다.

여기에 10월 금융권 전반의 가계대출 증가액 9조9천억원과 11월 10조1천억원을 더하면 1천450조원에 육박한다.

이같이 가계빚이 지속적으로 불어나는 가운데, 국내 대출금리 상승세에 속도가 붙을 경우 한국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해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하고, 이는 가계지출 감소로 이어져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위험가구를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나면 가계부채 부실화가 속도를 내면서 실물시장으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한은이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계부채가 부실해질 수 있는 위험가구는 지난해 3월말 기준 전체 부채 보유가구의 11.6%에 달하는 126만3천 가구에 달한다.

이들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전체 금융부채의 21.1%인 186조7천억원이나 된다.

보유자산을 팔아도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는 전체 부채 보유가구의 2.9%인 31만5천 가구로, 이들이 보유한 부채는 전체 금융부채의 7.0%인 62조원으로 집계됐다. 고위험가구 2015년 29만7천 가구에서 늘어났다.

◇ 연준 내년 3차례 금리인상 시사…금융당국 "취약차주 상환부담 완화"

연준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3차례 올릴 것이라고 시사하면서 국내 대출금리 상승세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대출금리 상승세가 가팔라지면 고위험가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고위험가구는 2만5천 가구 늘어나지만, 대출금리가 1.5%포인트 오르면 고위험가구는 6만 가구나 증가한다.

한은에 따르면 금리 상승 등 대내외 충격에 취약한 차주의 부채가 지난 6월말 현재 80조원을 넘어섰다. 신용조회회사로부터 입수한 약 100만명의 가계부채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다.

취약차주는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신용 7∼10등급)이나 저소득(하위 30%)에 해당하는 차주를 말한다. 취약차주 대출 규모는 전체 가계대출의 6.1% 수준이고 작년 말과 비교하면 6개월 동안 1조9천억원 늘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년 이상 장기금리이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보다는 미국 등 국제금융시장 금리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면서 "미국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3∼4차례 올린다면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세는 가팔라 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은 한은과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고, 연체금리 산정체계 개편, 원금상환 유예 등의 내용을 담은 취약·연체차주 지원방안을 이달 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또 금리인상기에 대비해 가계대출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10월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따르면 상환능력이 부족해 부실화가 우려되는 취약차주는 전체 부채보유가구의 2.9%에 달하는 32만가구다. 이들이 보유한 부채는 전체의 7%에 달하는 94조원이다.

소득 상환능력이 낮고 금리상승에 취약한 생계형 자영업자는 전체의 30.2%에 달하는 48만4천명, 이들이 보유한 부채는 전체의 7.4%에 달하는 38조6천억원으로 금융당국은 집계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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