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애플에 치이고 중국에 밀리고…"혁신이 살 길"(종합)
"중국 업체 추격 생각보다 빨라…하드웨어 중심 사고서 탈피 시급"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내년 삼성전자, LG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경제의 성장축 중 하나인 휴대폰 부문이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군에서는 애플과의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중저가 제품군에서 중국 업체의 파상공세에 밀려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탓이다.
◇중국 메이커의 거센 추격…인도시장마저 불안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이 iOS 진영에서 15% 안팎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동안 삼성전자와 나머지 업체들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업체가 당장 직면한 위기는 중국 업체들의 거센 도전이다.
중국업체들은 애플, 삼성의 스마트폰을 카피해 저비용에 이들과 비슷한 폰을 만드는 전략으로 최근 수년간 급성장했다.
지난 3분기 기준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로 꼽히는 중국에서 5위를 차지한 애플(10.0%)을 제외하고 중국 업체인 오포(18.9%), 화웨이(18.6%), 비보(18.6%), 샤오미(13.8%)가 1∼4위를 독식했다. 삼성은 약 2%대 점유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인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3분기 26%의 점유율로 가까스로 1위를 유지했지만 샤오미가 25%로 바짝 따라붙고 있고 나머지 3∼5위도 비보(10%), 오포(9%), 레노보(7%) 등 중국 업체다.
특히 샤오미는 최근 삼성전자 인도법인에서 모바일 부문 판매를 담당하던 임원을 판매 책임자로 영입하는 등 인도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인도 시장의 확대를 계기로 중국 업체들이 점유율을 늘리는 동안 한국 제조사들의 글로벌 점유율은 줄어드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작년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4억8천820만대였고 올해 15억6천60만대, 내년 16억4천만대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이 20%대 밑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3%대의 점유율로 7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LG전자 역시 좀처럼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전자는 이미 애플과 삼성의 확고한 양강 체제가 형성된 프리미엄 시장에서 히트작을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중저가폰 부문에서는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부진이 장기화되는 추세다. 2015년 2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전문가 "새로운 미래전략 짜야할때…시장 다각화도 필요"
전문가들은 시장조사기관의 전망치와 실제 실적은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모방을 기반으로 한 중국 업체의 추격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며 삼성전자가 새로운 미래 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이 같은 전망을 한국 스마트폰 산업의 미래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프리미엄 제품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술력이나 디자인 측면의 차별화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저가 시장에서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뚜렷한 대책이 없다"며 "프리미엄폰을 잘 만들고 사양을 저가폰에 채택해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애플 아이폰X의 안면인식 기능에 소비자들이 호평을 보내듯 혁신의 영역이 남아 있다"며 "국내업체가 획기적인 혁신이 담긴 제품을 내놓으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전략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 위주로 재편하고, 하드웨어 위주의 사고에서 벗어나 사물인터넷(IoT)과 소프트웨어 분야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양현미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전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 최고전략책임자)는 "중국 업체가 쏟아 붓는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을 고려했을 때 이같은 전망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던 미래"라며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남아있는 동남아, 아프리카 같은 시장을 위한 제품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 등 이미 포화된 시장에 집중하기보다 특화된 현지 마케팅·유통 전략을 통해 신흥 시장을 선점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양 교수는 이어 "하드웨어 기기로서는 스마트폰 차별화가 불가능하다. 성장하는 IoT와 AI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빨리 밀고 나가야 한다"며 "삼성전자 조직 내부에서도 스마트폰, 가전, AI 분야 공동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rch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