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팔려간 탈북 여성들, 남아도 떠나도 고통"

입력 2017-12-13 17:31
"중국으로 팔려간 탈북 여성들, 남아도 떠나도 고통"

AP 통신, 브로커에게 속아 中 신부로 팔려간 탈북 여성 삶 조명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중국에서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는 브로커들의 꾐에 넘어가 중국 농촌 총각들에게 팔려간 탈북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AP 통신이 13일 집중 조명했다.

AP는 인신매매된 탈북 여성 7명과 중국인 남편 3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한 여성(53)은 2006년 중국에서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는 브로커의 말을 믿고 국경을 넘었지만, 소아마비 장애가 있는 중국인 농촌 총각(55)에게 2천100달러(약 229만원)에 팔리는 신세가 됐다.



무엇보다 그녀를 후회와 비탄에 빠지게 한 것은 북한에 남겨두고 와야 했던 두 아들이었다.

그녀는 "처음에 왔을 때 북한에 있는 애들이 걱정돼 종일 술만 마셨다"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슬픔과 절망을 이기지 못해 수면제 한 통을 삼킨 적도 있다.

그녀는 "깨어났을 때 중국에서 낳은 딸도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남편과 딸을 생각해 남한으로의 탈출 기회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 중국인 남편과 친척이 돼지와 옥수수를 판 돈으로 브로커를 고용해 북한에 남겨 둔 아이들의 근황을 살피고 아이들을 대신 키워주는 삼촌에게 2천260 달러(약 247만원)을 보내주는 등 잘 대해주지만, 북한에 있는 아이들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1년간 중국 공안에 잡혀 강제북송돼 고문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자신을 이방인 취급하는 이웃들의 멸시를 견디는 것도 그녀의 몫이었다.

AP는 "전문가들은 1990년대 중반 수십만 명이 굶어 죽은 북한의 심각한 기근 이후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의 북한 여성들이 인신매매로 국경을 넘어 신부로 팔렸다고 추산한다"면서 많은 여성이 고향에 아이들을 두고 왔다고 보도했다.

남편은 대부분 국경지대 3개 성에 있는 가난한 농부다.

2007년 인신매매된 한 여성(46)은 "너무 가난하기 때문에 사람을 고용해서 북한에 두고 온 아들이 어떻게 사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면서 "아이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토로했다.

학대를 피해 위험을 무릅쓰고 남한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AP는 전했다.

한 여성은 탈출하려다가 남편에게 발각돼 몇 시간이나 기둥에 묶여 있었다고 털어놨다.

가까스로 남한으로 왔다고 해서 불행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2006년 임신한 상태로 2천860달러(약 312만원)에 인신매매됐다가 2009년 남한으로 탈출한 김모(41)씨는 2013년 초부터 딸과 통화조차 못 하고 있다.

그녀는 최근 중국인 남편(50)에게 열 살 된 딸을 보내주면 7천530 달러(약 823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중국인 남편은 딸이 성장할 때까지 보내지 않겠다며 거절했다.

2006년 중국에 아들을 남겨두고 남한으로 들어온 한 여성은 중국 가족과 연락하지 않고 있다.

그녀는 "일부는 나를 냉정하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집을 떠나온 것"이라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



중국에 남은 이들의 고통도 만만치 않다.

한마을에 있던 15명 가운데 13명이 달아날 정도로 인신매매됐던 북한 여성들의 탈출이 빈번하므로 남아 있는 북한 여성들은 멸시를 견뎌야 한다.

한 여성은 "사람들이 우리를 암탉이라고 부른다"면서 "우리가 알을 낳고 다른 곳으로 도망가기 때문에 진짜 엄마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여성들이 중국에 남겨두고 온 아이들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 북한 여성은 "(북한 출신) 엄마에게 버림받은 내 딸의 친구는 학교에서 자주 놀림당한다"고 밝혔다.

다른 여성은 "북한 출신 엄마가 도망간 친구들을 많이 알고 있는 내 아들은 나도 도망갈까봐 정말 말을 잘 듣는다"고 주변 분위기를 설명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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