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바닷물도 얼려버린 최강한파 '고마울 따름' vs '야속해'(종합)

입력 2017-12-13 18:10
[르포] 바닷물도 얼려버린 최강한파 '고마울 따름' vs '야속해'(종합)

겨울 축제·스키장 방문객 증가 기대, 백화점 특수 '즐거운 비명'

골프장 한파 탓에 문 닫을 판…전통시장 찾는 인파도 '뚝'



(전국종합=연합뉴스) "눈도 펑펑 오고 얼음도 꽁꽁 얼어서 신나죠. 날씨가 이렇게만 도와주면 축제 대박입니다."

뚝 떨어진 수은주에 살을 에는 칼바람이 춤추는 최강한파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전국을 떨게 한 동장군 맹위에 한쪽에서는 웃고, 다른 쪽에서는 우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내년 1월 열릴 강원 화천 산천어축제장은 연일 이어지는 한파가 고마울 따름이다.

올해 초 개막한 축제는 따뜻한 날씨에 얼음이 떠내려가고 녹는 등 준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올겨울은 일찍 찾아온 강추위에 낚시터로 쓰이는 화천천 상류가 15㎝나 얼어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화천군 관계자는 "작년보다 빠른 추위에 축제 개막을 앞두고 안심하고 있다"며 "올해는 비도 안 오고 강추위가 이어져 얼음낚시 등 축제 준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경기 파주 송어축제장도 이른 한파에 신바람을 내고 있다.

최근 몇 년 '포근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축제들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무산된 탓에 올겨울을 축제 부흥의 호재로 삼고 있다.

축제 조직위원회는 "요즘 송어축제 행사장에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고 기뻐했다.

그는 "추위가 이어져 송어 얼음낚시와 송어 맨손 잡기, 눈썰매 타기 등 축제가 제대로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스키장도 매서운 동장군이 반갑기는 마찬가지다.

강원도 스키장은 최근 내린 폭설에 슬로프 대부분을 개장하고 본격적인 손님맞이를 시작했다.

인공 눈을 만들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설질이 좋아 겨울방학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적극적인 고객 유치전에 나섰다.

스키장 관계자는 "최근 10㎝가 넘는 눈이 내렸고 강추위까지 찾아와 스키장 입장에서는 고마운 상황"이라며 "평창 동계올림픽 관심과 맞물려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고 반겼다.



추위가 고마운 곳과 달리, 때 이른 한파가 야속한 곳도 있다.

부산 자갈치시장은 예년보다 이른 강추위에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대구 서문시장과 전북 전주 남부시장 등 다른 전통시장도 모닥불에 모여 군불을 쬐는 상인들을 제외하면 썰렁한 모습이다.

겨울 내의와 침구, 난방용품을 판매하는 상점조차도 살을 에는 한파에 한산하기만 하다.

같은 기간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아웃도어, 가전제품 매출이 급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롯데백화점 울산점은 최근 맹추위로 의류와 홈패션, 난방기구 매출이 급상승했다.

아웃도어 브랜드는 전년보다 매출이 50% 늘었고 난방기구도 40%나 상승했다. 침구류 등 홈패션도 17∼18% 정도 올랐다.

올겨울 최고 히트상품인 롱 패딩은 날개 단 듯 팔려나가 품절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직장인과 학생을 중심으로 롱 패딩 수요가 크게 늘어 인기 브랜드는 돈을 주고도 사지 못할 정도라고 백화점은 전했다.

한 전통시장 상인은 "작년에는 이렇게 춥지 않아서 매출이 꾸준했는데 올해는 손님이 크게 줄었다"며 "대형마트는 매일 북적거리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전통시장 상인들만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골프장도 추위가 밉기는 마찬가지다.

경기 한 골프장은 지난주까지는 예약이 가득 차 최대 36팀이 찾았으나 최근 찾아온 한파에 예약 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

내방객이 단 한팀도 없어 휴장을 결정하거나 그린피 일부를 면제해주는 곳도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대구 한 골프장 관계자는 "주 중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 주말 대규모 예약 취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휴일에는 추위가 좀 주춤하기를 바랄 뿐이다"고 울상을 지었다.

기상청은 당분간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권에 머무는 한파가 이어지다 15일부터 차츰 누그러들 것으로 예상했다.

(김광호, 김용민, 이상학, 손형주, 김용태, 정경재 기자)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