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만의 이변…공화텃밭서 '성추문' 무어 낙선 "트럼프에 타격"(종합)
美앨라배마 보선서 민주 상원의원 탄생…여야 상원의석 51대49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김아람 기자 = 전 미국의 이목이 집중된 앨라배마 주(州)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더그 존스(63) 후보가 성추문에 휩싸인 공화당 로이 무어(70) 후보를 꺾었다.
내년 중간선거의 '풍향계'로 간주된 이번 선거의 결과는 성추문 논란에도 무어 후보를 공개 지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일격을 가한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개표가 100% 완료된 가운데 존스 후보가 49.9%의 득표율로 48.4%를 얻은 무어 후보를 1.5%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남부 주 가운데 하나이자 공화당의 대표적인 '텃밭'인 앨라배마에서 민주당 상원의원이 탄생한 것은 25년 만이다.
작년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무려 28%포인트 차로 압도한 지역이어서 존스의 승리는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선거 결과에는 당초 승리가 점쳐졌던 무어의 과거 미성년자 연쇄 성추행 의혹들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어가 1979년 자택에서 당시 14세 소녀의 몸을 더듬는 등 10대 여성 4명을 추행 또는 성희롱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 이후 과거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선거 구도가 접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무어는 "해당 여성들을 알지도 못한다"며 모든 의혹을 부인했지만, 존스는 이번 선거를 '품위에 대한 주민투표'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공세를 폈다.
논란이 확산하면서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마저 무어 후보로부터 등을 돌렸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로보콜'(자동녹음전화)과 지원유세 참가로 대놓고 무어의 손을 들어줬다.
존스는 이날 당선 축하 파티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지를 이날에 보여줬다"면서 "오늘밤 여러분은 올바른 길로 떠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공개 지지한 후보가 낙선한 데다 집권 여당의 과반 의석마저 흔들릴 위험에 처하면서 이중의 타격을 받게 됐다.
전체 상원 의석(100석) 중 52석이었던 공화당 의석이 51석으로 줄어들면서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할 주요 입법 과제에 대한 의회 문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공화당 상원의원 중 한두 명의 이탈표만 나와도 법안 통과가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게다가 지난달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로 꼽히는 버지니아에서 민주당에 주지사 자리를 내준 데 이어 2연패를 한 셈이어서 내년 중간선거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승리는 승리"라며 존스 당선인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 뒤 "앨라배마 인들은 위대하다. 그리고 공화당은 매우 짧은 기간 안에 이 자리를 놓고 또 다른 도전을 할 것이다. 결코 끝나지 않는다!"면서 중간선거를 별렀다.
패배한 무어는 연방법원에 맞섰다가 주 대법원장에서 두 번이나 쫓겨난 보수 기독교 성향 인물로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반면 연방검사 출신의 존스는 낙태 권리를 지지하고 오바마케어 폐지에 반대하는 등 진보적 성향을 분명히 했다. 그는 1963년 버밍엄 교회 폭파로 4명의 소녀를 숨지게 한 백인 우월주의 단체 '큐 클럭스 클랜'(KKK) 회원들을 기소한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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