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분당 수순 밟나…평화개혁연대 "합의이혼 고민할 때"(종합)

입력 2017-12-13 18:44
수정 2017-12-13 18:51
국민의당, 분당 수순 밟나…평화개혁연대 "합의이혼 고민할 때"(종합)



통합반대파 "모양 좋게 갈라지자…평화개혁연대 분리시 성공할 것"

통합파 "전당원투표로 통합문제·안철수 재신임 결론 내자"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문제를 놓고 극심한 내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가 각자 독자 세력화에 속도를 내면서 결국 분당 수순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한 통합파는 당내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통합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고, 이에 맞서 통합 반대파인 호남 중진 주축의 '평화개혁연대'내부에서 "합의이혼을 고민할 때"라는 말까지 나오는 등 양측이 서로 제 갈 길을 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평화개혁연대는 13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국민의당 정체성 확립을 위한 평화개혁세력의 진로와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섰다.

이날 행사에는 평화개혁연대 준비모임 간사를 맡은 조배숙 의원을 비롯해 천정배·정동영·최경환·박주현 의원 등 호남계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박지원·유성엽·장병완·김경진·장정숙 의원 등은 영상축사와 메시지를 보내 통합 반대파에 힘을 실었다.

최영태 전남대 교수는 발제문에서 "안철수 대표는 정치적 좌표를 중도보수로 수정해 대통령에(대권에) 다시 도전할 것이며, 당내 화합을 위해 통합을 유보하더라도 내년 지방선거 때 바른정당과 선거연대를 시도할 것"이라면서 "이 경우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참패를 면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평화개혁연대가 별도 정치결사체를 조직해도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갈등을 어정쩡하게 봉합하느니, 차라리 모양 좋게 갈라져 새로운 길을 가는 게 바람직하다. 합의이혼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이는 중도개혁 보수를 지향하는 안 대표 측과 개혁 진보를 내세우는 호남계 및 개혁세력이 서로의 근본적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의 생존을 도모할 시점이 왔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참석자들은 이날 안 대표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천정배 전 대표는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통합은 불가능하다"며 "계속 고집을 부리면 당의 분열이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동영 의원은 "통합 논의를 이쯤에서 유보하고, 국민이 원하는 대개혁과제를 이뤄내자"고 말했다.

또 최경환 의원은 "'김대중과 멀리하라, 호남과 멀리하라'는 세력과 통합하겠다는 당에서 국회의원 노릇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든다"며 안 대표를 향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박지원 전 대표는 서면메시지를 보내 "바른정당이 1차로 국민의당과, 2차로 자유한국당과 합당한다고 한다"면서 "안 대표가 이를 알았다면 당을 속인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런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평화개혁연대는 14일 초선의원 10명의 모임인 '구당초'(당을 구하는 초선의원)와도 오찬회동을 추진한다.

애초 구당초는 안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에 반발하면서도 평화개혁연대 활동 참여에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그러나 찬반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합의이혼' 상황이 온다면 구당초 의원들의 성향상 자연스레 평화개혁연대로 쏠리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두 모임이 '반안'(反安·반안철수) 공동전선을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거론된다.

이처럼 통합 찬반 양측 간 전운이 고조되자 박주선·김동철·주승용·황주홍·박준영 의원 등 다른 호남계 중진들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회동을 하고 안 대표에게 통합 추진을 멈춰달라고 호소하자는 데에 뜻을 모았다.

하지만 안 대표는 오는 14일 부산에서 열리는 국민통합포럼 행사에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함께 참석하기로 하는 등 통합 드라이브에 대한 의지를 전혀 굽히지 않는 모습이다.

안 대표는 최근 2박 3일간 호남을 방문하는 등 당내 민심을 수렴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조만간 통합론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YNAPHOTO path='PYH2017121322320005401_P2.jpg' id='PYH20171213223200054' title='광주서 열린 국민의당 평화개혁연대 토론회' caption='(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13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국민의당 정체성 확립을 위한 평화개혁세력의 진로와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려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hs@yna.co.kr' />

'친안'(친안철수)계 지도부 인사들도 공개발언을 통해 연일 안 대표의 통합 행보를 지원사격하면서 '전당원투표'를 통해 논쟁의 최종 결판을 내자고 압박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장진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둘러싼 논쟁이 당내 대립의 핵심"이라면서 "이 문제를 전당원 투표로 결정할 것을 정식으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박지원 전 대표가 '안 대표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고 말했는데, 전당원투표 결과에 따라 안 대표와 최고위원 거취도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역공을 폈다.

지난 8·27 전당대회에서 안 대표가 과반 득표로 당권을 거머쥔 만큼, 완강히 반발하는 호남 의원들을 설득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체 당원을 상대로 의사를 묻는 것이 더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장 최고위원은 "당헌상 합당은 당원 의사로 결정하게 돼 있다"며 "당내 논란을 조기에 종식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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