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옆 무교로, 차도·인도 경계 없는 '공유도로' 검토
아스팔트 없애고 보기 좋은 포장으로…법 개정 필요해 상당 시일 걸릴 듯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서울시가 시청 옆 무교로를 차도와 인도의 경계를 허문 '공유도로'로 만드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한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공유도로'란 운전자, 보행자, 자전거 등 모든 교통수단과 교통 주체가 같은 권리를 가지고 동등하게 이용하는 도로다. 천천히 운행하는 차량과 보행자가 공유하는 도로라는 뜻이다.
시청 앞 삼거리에서 모전교까지 300m 거리의 무교로는 현재 턱이 있는 양쪽 보도와 아스팔트로 포장된 차도로 나뉘어 있다. 차도는 차선이 표시돼 있어 보행자와 차량이 이용하는 공간이 구별된다.
무교로 공유도로는 이 같은 턱과 도로 경계석을 없애 평평하게 하고, 아스팔트 포장도 시각적으로 보기 좋은 포장재로 바꾸는 구상이다. 특히 차량 속도를 시속 20㎞ 이하로 낮춰 보행자의 안전을 담보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무교로는 차량 통행량이 시간당 400대 이하로 그리 많지 않고 노선버스도 없어 시민이 수시로 무단횡단을 하는 곳"이라며 "아예 차도와 인도의 구분을 없애 보행권을 확장하고, 도심권 '걷는 도시'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공유도로는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여러 국가에서 도입해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영국 런던은 공연·관람 문화의 중심지이자 교육시설, 학술단체, 각국 대사관이 입지한 '익시비션 거리'(Exhibition Road)를 공유도로로 만들어 연간 방문객이 20∼40%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
런던은 당초 좁은 보도폭과 늘어선 관광버스로 통행이 불편하던 이곳의 가로시설물을 최소화하고, 보행자와 차량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으로 개편했다.
네덜란드 북부에 있는 인구 6만 명의 작은 도시 드라흐덴의 '데카덴 거리'도 신호등, 노면 표시, 표지판 등을 완전히 없앤 공유도로로 조성했다. 그 결과 교통사고 발생이 연간 200건에서 10건으로 줄어들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올해 4월 유럽 순방에서 오스트리아 빈 시내의 번화한 보행자 우선 길 '마리아힐퍼 거리'를 찾은 바 있다.
이 길의 양 끝은 차량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공유도로이고, 가운데 450m 구간은 아예 차량이 드나들 수 없게 돼 있다.
박 시장은 이곳에서 "보행자전용거리를 만들면 시민이 좋아하고, 가게엔 손님이 많아지고, 대기 질이 좋아지는 등 1석 3조"라며 "서울도 보행친화도시로 만드는 혁명이 진행 중"이라고 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시는 무교로를 공유도로로 조성하면 '사람이 우선이 되는' 안전한 보행공간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서울 시내 도심 지역의 주인이 차량이 아니라 사람(보행자)이 되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구상에는 넘어야 할 산도 많아 현실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우선 우리나라 현행 도로교통법과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에는 공유도로라는 개념이 없다. 따라서 이를 규정할 수 있는 제도의 틀이 필요하다. 이곳에서 차량과 보행자 간 사고가 일어났을 때 책임 소재를 따질 '룰' 등이 만들어져야 한다.
또 보행자 사고 증가를 우려하는 경찰 등 다른 기관과의 협조도 이뤄져야 한다.
시 관계자는 "법률 정비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내후년 이후까지 내다보고 타진해 봐야 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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