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허현준 보석 심사…검찰과 '증거인멸' 공방(종합)

입력 2017-12-13 12:46
'화이트리스트' 허현준 보석 심사…검찰과 '증거인멸' 공방(종합)

"조사 다 돼 증거 인멸할 것 없다" vs "중형 예상…조윤선과 말맞추기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박근혜 정부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화이트 리스트'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법원에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을 청구해 법원 심사 과정에서 검찰과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보석 불허 사유인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염려, 중형 선고 예상 등을 강조하며 보석에 반대 의견을 냈다.

허 전 행정관은 13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보석 심문에서 "증거 인멸할 것이 없다"며 석방을 요청했다.

그는 "시민단체와 소통하는 업무는 청와대 비서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직무 범위였다"며 "공론화되면서 정치적 비판도 많이 받아 그 부분 책임은 응당 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법적이 아닌 정무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공범과 참고인 10여명 이상이 조사됐다. 문자와 이메일이 다 압수수색된 상태라서 더 인멸할 사항이 없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그가 공범인 조윤선 전 정무수석 측과 말맞추기를 해 증거인멸 우려가 크므로 보석을 불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허 전 행정관이 조 전 수석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 조 전 수석 변호인의 사무소로 가서 몇 시간 동안 증언할 내용을 같이 스크린했다"며 "당시 증언 내용은 객관적 사실과 전혀 달랐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 기관이 권력을 이용해 기업으로 이뤄진 단체를 압박해 우호적 성명서를 내는 단체에 수십억 자금을 강제로 주게 한 행위가 간단하게 치부될 행위인가"라며 "유죄가 인정된다면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데 도주와 증거인멸이 없다고 단정하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허 전 행정관은 "사실관계만 확인해달라고 해서 아는 범위 내에서 진술해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수사 과정에서 진술 번복 여부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허 전 행정관의 기본 입장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였는데 객관적 증거가 제시되면 '그러면 맞는 것 같다'고 바뀌었다"면서 "단순히 기억을 착각한 것과 태도가 돌변한 것을 검사가 구분하지 못하겠느냐"고 지적했다.

허 전 행정관은 "올해 초 전경련을 통한 보수단체 지원 사실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혔다"며 혐의를 부인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도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허 전 행정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6일 구속기소 됐다.

그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경련이 수십 개 보수단체에 총 69억원을 지원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보수단체인 월드피스자유연합을 움직여 야당 정치인 낙선운동 등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도 있다. 검찰은 허 전 행정관이 이 단체 대표와 공모해 2015년 12월부터 작년 6월까지 20회의 야당 비판 시위를 벌인 것으로 본다.

한편 허 전 행정관 측은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낸 상태다.

재판부는 양측 의견을 토대로 조만간 보석 허가 또는 불허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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