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 월드컵 캠프 상트페테르부르크 '잠 못 이루는 밤'

입력 2017-12-13 12:03
신태용호 월드컵 캠프 상트페테르부르크 '잠 못 이루는 밤'

최적 훈련여건에도 19시간 해가 떠 있는 백야(白夜)는 약점

암막 커튼·선수 수면 체크…"최상 컨디션 유지에 만반의 준비"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일출 시각 오전 4시 40분, 일몰 시각 밤 11시 24분.'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내년 6월 러시아 월드컵 기간 머물 베이스캠프인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최적의 훈련여건에도 불구하고 하루 19시간 가까이 해가 지지 않는 '백야(白夜) 현상'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과제로 떠올랐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월드컵이 치러지는 내년 6월 평균 기온이 섭씨 16도 안팎으로 쾌적하다. 치안도 좋은 편이고, 숙소와 훈련장 시설도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게 대표팀의 설명이다.

선수들이 지낼 뉴페터호프호텔은 주변에 호수가 있는 데다 일반 관광객과 분리된 독립 공간이어서 선수들이 편하게 쉴 수 있다.

또 담금질 장소인 스파르타크 훈련장은 잔디 상태가 양호하고 외부와 차단돼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다. 공항까지 이동 거리는 30분이고 공항에서 조별리그 3경기를 벌일 경기장까지 비행시간도 2시간 안팎으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최상의 조건을 갖춘 베이스캠프의 유일한 약점은 월드컵 기간이 백야 현상이 발생하는 시기와 겹친다는 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북위 60도에 자리 잡고 있어 한여름에는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백야'가 나타난다.

새벽 시간에 해가 떠서 밤 11시가 넘은 시간까지 어스름한 '낮 시간'이 이어진다.

관광객들은 신비로운 백야 현상을 즐기려고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찾지만 우리 선수단에는 최상의 컨디션 유지에 자칫 독(毒)이 될 수도 있다.

생소한 환경에 선수들의 생체리듬이 적응하지 못하면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난 10월 러시아, 모로코와의 유럽 원정 평가전을 마친 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직접 방문했던 신태용 감독은 이 부분에 가장 신경 쓴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늦가을이어서 백야는 없었지만 '잠 못 이루는 밤'에 선수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현지 주민들은 백야에 적응돼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생체리듬이 깨질 경우 수면 부족 등으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면서 "의무팀을 중심으로 백야 상황에 맞춘 컨디션 관리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두운 색깔의 암막 커튼을 치면 빛이 거의 완벽하게 차단되기 때문에 잠을 자는 데는 문제가 없다"면서 "코치진이 선수들의 취침 시간을 관리하고 의무팀은 선수들이 밤새 잠을 제대로 잤는지 수면 체크를 하는 등 컨디션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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