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에 벌벌 떠는 군포 아파트 주민…4개월째 난방·온수 중단

입력 2017-12-13 07:12
혹한에 벌벌 떠는 군포 아파트 주민…4개월째 난방·온수 중단

한양수리아파트 1천300가구 공사 지연에 고통…일부 월세 피난도

(군포=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 군포시 산본동 한양수리아파트 1천342가구 주민 4천여 명이 한 달 넘게 추위에 떨고 있다.

지난 8월 시작된 단지 내 배관 교체공사가 4개월째 이어지면서 가정내 난방·온수 공급이 끊겨 영하의 혹한 속에 벌벌 떨며 하루하루 버텨나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낮 기온이 영하 4도 이하로 떨어진 12일 오후 한양수리아파트 802동 김모(51·여) 씨의 집.

현관에 들어서고 나서 한발을 마룻바닥에 딛자 발바닥을 통해 한기가 온몸으로 전해왔다. 두꺼운 등산용 양말을 신고 있었는데도 "어 차가워"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였다.

이 집 온도계에 표시된 온도는 10.8도였다.

김씨는 집 안인데도 두꺼운 패딩을 입고, 털 실내화를 신고 있었다. 마루에 깔린 카펫 위에는 전기장판과 담요, 이불이 4중으로 덮여 있었고, 그 옆에는 전기히터 하나가 가동 중이었다.

김씨는 "벌써 한 달 넘게 추위 속에서 벌벌 떨면서 살고 있다"면서 "온수까지 나오지 않아 그야말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이 아파트에는 김씨처럼 아파트 안에서 한겨울 추위를 감수하며 고통을 겪는 주민이 1천342가구에 이른다.

지은 지 23년 된 이 아파트는 배관이 낡아 녹물이 섞인 수돗물이 나오자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과 군포시의 공동주택지원사업 보조금 4억9천만원을 투입해 지난 8월부터 단지 내 '공용급수·급탕·난방배관 교체공사'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아파트 단지의 난방과 온수공급이 중단됐지만, 주민들은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불편을 감내했다.

문제는 11월 들어 날씨가 추워지면서 주민들이 추위에 내몰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난방공급이 안 된 아파트는 실내가 2도까지 떨어질 정도로 차가운 콘크리트 덩어리일 뿐이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추위가 이어지자 주민들은 너도나도 전기장판과 히터를 사서 몸을 데웠다. 여기에 순간온수기까지 사서 사용하느라 가정마다 20만원 이상의 전기요금을 부담했다.

그러나 전기를 많이 잡아먹는 전열기를 온종일 틀 수 없는 주민들은 장시간 추위에 노출되면서 감기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이 감기약을 달고 살 정도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달 중순께 이사 온 804동 주민 박모(35)씨는 "생후 8개월과 3살 된 아이들이 추위에 떠는 모습을 보면 엄마로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면서 "전기장판과 전기히터를 사서 임시방편으로 추위를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812동에 사는 4·6·10살 아이의 엄마 이모(37)씨는 안방에 난방텐트를 설치하고 아이들 방에는 두꺼운 온수 매트를 깔았다.

이씨는 "온수 매트와 난방텐트가 없었으면 아마 얼어 죽었을 것"이라며 "아파트 주민 중에는 추위를 피해 아들과 딸, 친척 집으로 피난 간 사람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824동에 사는 오모(60)씨는 지난달 13일부터 자신의 46평 아파트를 비워놓고 아내와 딸과 함께 인근 36평 아파트에서 월세살이를 하고 있다.

월세와 두 집 아파트 관리비를 합하면 한 달에 100만 원이 넘게 나가지만, 추운 집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애초 지난달 10일과 30일 공급이 재개될 거라는 온수와 난방은 아직도 공급되지 않고 있다.

추위 못지않게 주민들은 화재 시 안전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갑자기 많은 전열 기구 사용으로 전력량에 과부하가 걸려 단지 내 정전이 잇따르고 있는 데다 소방용 펌프교체공사까지 겹치면서 스프링클러 작동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시청에 적극적인 사태해결 노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비대위 관계자는 "4천명이 넘는 주민이 사는 아파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시에서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면서 "공사가 빨리 마무리되고, 부실공사가 되지 않게 관리 감독을 시에서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서 오는 14일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에 시는 한양수리아파트가 공사를 늦게 시작한 데다 입주자대표회의와 시공업체 간 협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공사가 늦어진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배관공사 작업의 경우 겨울이 오기 전에 완료하기 위해 보통 4∼5월 공사를 시작해 늦어도 10월 말에는 완료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한양수리아파트는 3개월이나 늦게 공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시공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들을 2차례 만나 문제점을 파악한 뒤 주민 불편을 신속히 해결하도록 촉구했다"면서 "지금은 공사를 지체시키는 것보다는 난방공급을 신속히 재개하도록 다같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제대로 된 설계 도면과 공사에 필요한 승인서류를 주지 않아 한 달 넘게 시간을 까먹었다"면서 "공사가 늦어지면 난방문제가 발생할 것이 뻔해 공사비에 상관없이 우리가 발주를 신속히 했기 때문에 그나마 공사가 단축된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배관교체 공사에다가 소방공사까지 하다 보니 공사가 어려웠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면서 "이제는 공사가 종착역에 와서 15일이면 온수와 난방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현재 일부 동은 난방이 공급되기 시작했고, 15일까지 일부 동을 제외하고 온수도 공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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