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제이슈] ④트럼프·시진핑·아베·푸틴…스트롱맨 시대

입력 2017-12-17 14:01
[2017 국제이슈] ④트럼프·시진핑·아베·푸틴…스트롱맨 시대

불댕긴 트럼프, '1인 체제' 강화한 시진핑, 장기집권 푸틴·아베

日,'전쟁 가능 국가 개헌' 박차…사실상 4차례 대권 도전할 푸틴

(워싱턴·베이징·도쿄·모스크바=연합뉴스) 이승우 김진방 김정선 유철종 특파원 = 올해는 '스트롱맨'의 전성기였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하게 밀어붙여 국제사회를 긴장하게 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중국에서 절대권력 지위에 오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연이은 총선 압승으로 '전쟁 가능 국가로의 개헌'을 꿈꾸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내년 대선에 출마해 사실상 4번째 대권을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 '스트롱맨 전성기' 불 댕긴 트럼프…"국제적 긴장 조성"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말 그대로 무소불위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으로 당선된 뒤 '미국 우선(America First)' 깃발 아래 미국과 세계 질서의 재편을 강요하고 있고, 이는 상대국들엔 엄청난 고통과 갖은 불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유산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공식 탈퇴를 시작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폐기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이 방어력을 제공해온 동맹국들에는 안보 비용 부담을 올리라는 전방위 압력도 가한다. '나쁜 무역'의 주범으로 지목했던 중국에는 무역 불균형의 부당성을 거듭 지적하고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까지 압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 주도로 성사된 파리 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을 전격 탈퇴해 충격을 줬다. 유네스코(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 회원국 자격도 미련없이 버렸다. 그로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관련 국가들에 전가됐다.

급기야 중동화약고에 불을 댕겼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 것이다. 이스라엘만 뺀 전 세계가 반발하고 이슬람권의 거센 저항으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눈 한번 깜빡하지 않는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스트롱맨 트럼프의 행보에 전 세계에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 트럼프로 생긴 美공백에 中…영향력 확대하는 '시(習)황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의 시작을 알린 10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회(당대회)는 한 마디로 '시진핑 1인 체제 출범'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집권 1기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로 정적들을 제거해 온 시 주석은 '시(習)황제'를 연상시킨다.

19차 당대회가 시 주석의 '황제 대관식'이라고 불릴 정도다. 시 주석의 이름을 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공산당 당장(黨章·당헌)에 올려짐으로써, 시진핑은 '마오쩌둥(毛澤東) 사상'과 '덩샤오핑(鄧小平) 이론'의 두 주인공 급(級)이 됐다.

시 주석은 중국의 최고권력기관이라고 할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25명)에 측근을 대거 포진시켜, 누구도 시 주석에게 제동을 걸 수 없게 됐다. 아울러 최고 지도부라고 할 집단지도체제의 상무위원단도 유임한 리커창(李克强) 총리 이외에 나머지 5명을 친위세력으로 채웠다.

이를 바탕으로 시 주석은 대외적으로는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집권 2기 첫 국빈으로 초청하면서 주요 2개국(G2)의 지도자로서 명실상부한 위상을 확보하고 중국 최강국 비전을 현실화하려는 '중국몽'을 꾸고 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보호주의에 맞서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서는 등 대국외교를 선보이고 있다. 시 주석은 '스트롱맨'의 길을 성큼성큼 가고 있다.



◇ 3연임 향한 아베, '전쟁 가능한 일본' 개헌 깃발 들고 전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연초부터 잇따라 불거진 사학 스캔들로 위기에 몰렸지만 지난 10월 북한의 핵실험·미사일 발사 도발을 적극 활용해 총선에 압승함으로써 일본의 스트롱맨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전쟁 가능국을 향한 개헌 작업에 몰입하고 있다.

지난 3월 총재 임기를 기존 연속 '2기 6년'에서 '3기 9년'으로 연장하는 규정 개정 이후 2012년 9월 이래 당 총재를 맡아온 아베 총리는 내년 9월 열릴 총재 선거에 나서 3연임도 노린다.

지난 2월 모리토모(森友) 학원이 초등학교 부지로 국유지를 감정가격의 14% 수준에 매입했고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해당 학교의 명예회장을 맡은 사실이 알려지며 아베 총리가 한때 궁지에 몰렸으나, 일본 국민은 이미 이를 잊었다.

친분이 있는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에 아베 총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일본 국민은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지난 10월 22일 총선에서 자민당이 공명당과 함께 연립여당 단독으로 개헌 발의선(전체의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며 압승해 아베 총리는 '무한 수준의' 면죄부를 받았다. 2020년 개정 헌법 시행을 목표로 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아베 내각은 미·일 동맹을 바탕으로 아시아태평양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해 왔다. 최근 북한 위협을 핑계로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도입하기로 하는 등 군국주의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일본은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은 물론 동중국해에서 영토문제로 중국과 대립하고 있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선 반성은커녕 여전히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다.



◇ 내년 대선 출마 공식선언한 푸틴…"국제문제에 적극 개입"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내외에서 모두 '원조 스트롱맨'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집권 3기가 끝나가는 시점에도 식지 않는 높은 국내 지지도를 기반으로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분쟁, 한반도 위기 등의 국제 현안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푸틴의 개입 없이는 어떤 국제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2000년 처음 대통령직에 취임한 푸틴은 2008년 헌법상의 3연임 금지 규정에 밀려 총리로 물러났다가 2012년 대선을 통해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난 대통령직에 복귀했다. 크렘린 궁을 4년간 떠났던 총리 재직 시절에도 사실상 '최고 실권'을 쥐고 있었다.

그가 예상대로 내년 대선에서 승리해 2024년까지 통치하면 30년 이상 권좌를 누린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이어 러시아 현대사의 두 번째 장기 집권자가 된다.

푸틴은 대내외적으로 스트롱맨의 힘자랑을 지속해왔다.

2014년 친서방 노선을 채택한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전격 병합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우크라이나에서 분리·독립을 선포하고 정부군과 무장 투쟁을 시작한 우크라 동부지역 친러시아 반군들을 지원하며 친서방 정책을 추진하는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시리아 내전에도 무력 개입하며 중동권 영향력 유지·확대에 나섰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전범이라고 할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내전에서 승리를 굳혀가고 있다. 여세를 몰아 러시아는 이란, 터키 등과 손잡고 시리아 내전 종식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cjyou@yna.co.kr, jsk@yna.co.kr, leslie@yna.co.kr,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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