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윤일주 형제 동시집 '민들레 피리'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시인 윤동주(1917∼1945) 탄생 100주년을 기리며 윤동주와 그의 동생 윤일주(1927∼1985)가 쓴 동시를 묶은 '민들레 피리'(창비)가 출간됐다.
이 책에는 윤동주가 1935년부터 3년여간 쓴 동시 34편과 아우 윤일주가 쓴 동시 31편이 담겼다.
윤동주의 동시는 그가 쓴 주옥같은 시들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꾸밈없는 동심을 깨끗한 서정으로 그린 뛰어난 작품들로 아동문학계에서도 높이 평가받는다. 가족의 가난하고 고된 삶까지도 밝게 끌어안는 낙천적인 동심과 아기자기한 운율이 두드러진다.
"누나의 얼굴은/해바라기 얼굴./해가 금방 뜨자/일터에 간다.//해바라기 얼굴은/누나의 얼굴./얼굴이 숙어 들어/입으로 온다." (윤동주 '해바라기 얼굴')
"넣을 것 없어/걱정이던/호주머니는//겨울만 되면/주먹 두 개 갑북갑북." (윤동주 '호주머니')
"빨랫줄에 걸어 논/요에다 그린 지도는/지난밤에 내 동생/오줌 싸서 그린 지도//꿈에 가 본 엄마 계신/별나라 지돈가/돈 벌러 간 아빠 계신/만주 땅 지돈가" (윤동주 '오줌싸개 지도')
윤동주는 서울과 일본 유학 시절 만주의 아우들에게 문예지를 부치거나 동화를 권해주며 향수를 달랬다고 한다.
아우 중 특히 윤일주는 건축학 학자·교수가 된 뒤에도 일하는 틈틈이 동시를 썼다. 작고한 뒤인 1987년 유고 동시집이 출간됐지만, 지금은 모두 절판됐다. 그는 가난한 이웃과 보잘것없는 존재를 귀하게 여긴 형 윤동주의 정신을 이으면서 자신만의 시 세계를 이뤘다. 따뜻한 서정성과 순수함을 담은 시들은 형의 시 세계와 맞닿아 있다.
"숯불은 따뜻하게/피어오르고//아기는 토끼처럼/잠이 들었네.//아기가 잠든 새에/엄마는 장에 가고//아기가 깰까 봐/함박눈도 가만가만/소리 없이 내리네." (윤일주 '함박눈')
"새벽 아닌 대낮에 어디선지/길게 오는 닭 소리 들려옵니다.//울며 울며 팔려 간 우리 집 수탉/어쩐지 그 수탉의 소리 같아요." (윤일주 '대낮')
"햇빛 따스한 언니 무덤 옆에/민들레 한 그루 서 있습니다./한 줄기엔 노란 꽃/한 줄기엔 하얀 씨.//꽃은 따 가슴에 꽂고/꽃씨는 입김으로 불어 봅니다./가벼이 가벼이/하늘로 사라지는 꽃씨.//-언니도 말없이 갔었지요.//눈 감고 불어 보는 민들레 피리/언니 얼굴 환하게 떠오릅니다.//날아간 꽃씨는/봄이면 넓은 들에/다시 피겠지.//언니여, 그때엔 우리도 만나겠지요." (윤일주 '민들레 피리')
우리 옛말에서 '언니'는 동성의 손위 형제를 부르는 말로 쓰였다. 윤일주는 이 시에 형 윤동주를 향한 짙은 그리움을 담은 것이다.
이 동시집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조안빈의 아름다운 그림이 함께 실려 시의 정취를 더한다.
112쪽. 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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