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첫 방중길 키워드는…'신뢰·脫사드·북핵·평화'
대북압박에 '中 협력' 이끌기…'북핵 공통해법' 그리기 주목
경제 넘어 全분야 '균형협력' 강조…전략적협력 동반자 관계 내실화
시진핑, 평창올림픽 참가 주목…한·중 '평화올림픽' 협력 모색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박경준 기자 = 오는 13일부터 3박4일간 일정으로 첫 중국 방문 길에 오르는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화두는 '새로운 출발'이다.
지난 11일 방영된 중국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한·중관계를 묘사하는 대목에서 '새로운'이라는 단어를 여섯차례나 사용했다. 그만큼 사드 문제의 질곡에서 벗어나 양국 관계 자체를 근원적으로 '재설정'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묻어난다.
그러나 문 대통령으로서는 단순히 관계를 복원하는 차원을 넘어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와 북핵 대응과정에서 중국의 '협력적 역할'을 끌어내는 것이 보다 중차대한 과제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확인하는데 그치지 않고 압박과 대화라는 대북 대응의 '씨줄'과 '날줄'을 활용하는 데 있어 손에 잡히는 '공통의 액션'을 취해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런 맥락에서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남북간 평화무드 조성과 한반도 정세를 완화하는데 있어 한·중 양국이 협력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다는게 문 대통령의 인식으로 풀이된다.
◇ 신뢰회복이 제1 과제…"사드는 시간 두고 해결…새출발하자"
문 대통령은 이번 방중의 최대 목표를 양국간 신뢰관계의 회복이라고 밝히고 있다. 무너진 상호 신뢰를 다시 일으켜 수교 25주년에 걸맞게끔 관계의 틀을 새롭게 설정하겠다는게 문 대통령의 의중이다.
물론 대전제는 여전히 갈등의 핵(核)을 남아있는 사드 문제를 확실히 '봉인'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사드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는게 사실이지만, "서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서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시간을 두면서 해결해나가자"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CCTV와의 인터뷰에서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방어 목적을 넘어 중국의 안보적 이익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할 것"이라며 "그 점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여러번 다짐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의 개인적 유대와 신뢰를 '단단히' 다지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을 국정철학이 통하는 신뢰와 진정성을 갖춘 지도자라고 평가하면서 '라오펑유'(老朋友·오래된 친구)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 "경제 넘어 全분야에 걸쳐 균형협력"…전략적협력 동반자 관계 내실화
문 대통령은 이번 방중을 계기로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중관계를 질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세기에 걸쳐 양국 교류와 협력이 비약적 성장을 거듭하면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까지 형성하고 있지만 내용상으로는 '경열정냉'(經熱政冷·경제는 뜨겁고 정치안보는 차갑다는 뜻)식의 기형적 구조를 띠고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으로 보인다.
바꿔말해 경제분야에 치중해왔던 양국 협력의 틀을 정치·안보·문화·인적교류 등으로 크게 확대해 이른바 '균형협력'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CCTV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양국은 경제분야 외에 다양한 다른 분야에서도 함께 균형있는 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분야에서도 경제분야처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양국의 공동번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패럴림픽 개최가 양국 스포츠·관광교류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북압박에 '中 협력' 이끌기…'북핵 공통해법' 모색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북핵 문제를 놓고 중국으로부터 보다 전향적인 협력을 끌어내는 데 있다.
특히 대북 압박에 미온적인 중국으로부터 국제사회의 제재 흐름에 맞는 '강력한 역할'을 견인해낼 수 있을지가 관전포인트다.
외교가에서는 문 대통령이 '중국을 압박해 북한을 압박하는' 식의 미국 트럼프 행정부식의 접근방식은 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중 양국간 북핵 해결 원칙과 방향을 보다 확실히 공유하고 공동보조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중국이 자연스럽게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는데 무게를 실을 것이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이날 CCTV와의 인터뷰에서 한·중 양국이 ▲북핵 불용 ▲대북 강력제재와 압박의 필요성 ▲북핵 평화적 해결 원칙을 완벽하게 공유하고 있는 만큼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어둠이 짙을수록 새벽이 가까워질 것을 예고한다"며 한·중 협력을 통해 북핵이 조속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이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나 해상봉쇄와 같은 초고강도의 대북 압박조치를 중국에 요청할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이미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표시하며 선긋기를 한 데다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대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테이블에는 북한의 핵동결을 입구로, 비핵화를 출구로 삼는 문 대통령의 2단계 북핵해법 구상과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이라는 시 주석의 '쌍중단'(雙中斷)론이 오를 예정이어서, 어떤 식의 공통분모를 그려낼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평화올림픽' 협력 모색…시진핑, 평창올림픽 참가 주목
이렇게 볼 때 내년 2월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은 북핵 문제를 풀고 한반도 정세를 완화하는 데 있어 양국이 공조를 취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YNAPHOTO path='PYH2017121209290001300_P2.jpg' id='PYH20171212092900013' title='문재인 대통령, 방중 앞두고 중국중앙TV와 인터뷰' caption='(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중국 관영 중앙(CC)TV가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인터뷰 내용을 방영한데 이어 12일 오전에도 또다시 방송하며 문 대통령이 이번 방중을 한중 양국 관계 신뢰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발언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중국중앙(CC)TV 화면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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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려면 한반도 정세완화와 평화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북한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역내 핵심국가인 한국과 중국이 공동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특유의 '지렛대'를 활용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우리 정부도 동맹·우방과의 긴밀한 조율 속에서 이에 호응하는 조치를 검토할 가능성이 점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유엔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휴전결의안'을 제안했듯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축소 또는 연기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물론 북한이 좀처럼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는 현 국면에서는 문 대통령이 중국이 주장하는 '쌍중단'론을 부분적으로나마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상황변화에 따라서는 한반도 정세흐름을 전환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중국 고위급 인사의 방한을 공식 초청하는 것도 이와 맞물려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월 베트남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의 방한을 초청했고, 당시 시 주석은 "직접 참석하는 것을 검토하겠으나 여의치 못할 경우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역대 최대규모 경제사절단…방중 보따리에는 '경협·투자 확대'
이번 방중에는 무려 260여 개의 기업과 경제단체들이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역대 최대규모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SK 최태원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두산 박정원 회장, LS 구자열 회장,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참석한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파트너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지만, 사드 문제로 경색된 경제협력 관계를 실질적으로 복원하려면 경제인들의 역할이 긴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중에서는 주요 기업들이 대중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중에서는 한·중 FTA 후속협상 개시선언도 있을 것으로 전망돼 양국 경제협력의 물꼬를 틀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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