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이주민 고문·착취에 EU도 공범"…국제앰네스티 보고서

입력 2017-12-12 15:14
"리비아 이주민 고문·착취에 EU도 공범"…국제앰네스티 보고서

"난민 유입 억제 위해 범죄집단·밀수꾼과 협력하는 해안경비대 지원"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유럽연합(EU)을 리비아 내 이주민 고문, 착취의 '공범'으로 지적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앰네스티는 이날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EU가 이주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리비아 해안에서 자행되고 있는 구조적인 착취와 학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EU 지원 기금이 민병대, 밀수꾼과 함께 일하는 당국으로 흘러들어 간다고 지적했다.

EU는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선박과 훈련, 돈을 지급하고 있다. 리비아가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들이 유럽으로 유입되는 주요 길목이기 때문이다.

낡은 배에 몸을 싣고 리비아에서 출발한 이주민들은 이탈리아를 통해 유럽으로 유입되는데, EU가 이들을 단속하는 리비아 해안경비대를 지원하고부터는 이 이주민 유입 숫자가 가파르게 감소했다.

그러나 앰네스티는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이주민을 학대하는 범죄 집단, 밀수꾼과 협력관계이며 EU 당국자들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EU의 이주민 억제 방침이 결과적으로 이주민·난민을 임의로 대량 구금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붙잡힌 난민·이주민들은 리비아 불법 이주 단속 총국(DCIM)이 운영하는 구금 센터로 보내진다.

앰네스티는 현재 약 2만명이 이 같은 구금 센터에 붙잡혀있으며, 이들이 당국이나 밀수꾼 혹은 민병대에 의해 고문, 강제 노동, 착취, 불법 살인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구금 센터에서 약 3개월간 생활한 감비아 출신의 한 남성은 "풀려나려면 돈을 내라고 하면서 고무호스로 때렸다"고 밝혔다.

앰네스티 유럽 국장 존 달휘센은 "유럽 정부들은 이 같은 사실을 완전히 인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바다를 건너는 것을 막고 리비아에 남아있도록 리비아 당국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공모자"라고 지적했다.

앰네스티는 이 같은 혐의로 EU 회원국 정부를 법정에 서도록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축출된 이후 다수의 무장 민병대가 정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치안이 불안정해져 인신매매, 밀수의 소굴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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