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선물 데뷔전 "기대 이상"…가격불안·거래지연은 여전
시카고옵션거래소 CEO "선물거래 성공적"…옵션·ETF 출시 시사
전문가 "선물계약으로 몰려들 것…비트코인 가격에 악영향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1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첫 상장된 대표 가상화폐 비트코인 선물이 일각의 우려와 달리 기대를 뛰어넘는 데뷔전을 치렀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CBOE에서는 7천500만 달러(818억원)가 넘는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이뤄졌다.
장중 한때 가격이 20% 넘게 뛰면서 두 차례에 걸쳐 거래가 중단되긴 했지만 11일 오후까지 비트코인 스왑거래 수는 4천127건에 달했다. 이는 비트코인에 대한 불신으로 거래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다.
FT는 비트코인의 효용성에 대해 논란이 잦아들지 않은 상황에서 이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CBOE의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가상화폐의 발전에 중요한 분수령이 됐다고 평가했다.
에드 틸리 CBOE 최고경영자(CEO)도 비트코인 선물거래의 시작은 성공적이었다며 이는 옵션과 상장지수펀드(ETF) 등 가상화폐 관련 상품 출시를 위한 길을 터줬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틸리 CEO는 "향후 몇 달간 (가상화폐 상품 거래에 대한) 자신감을 쌓고, 또 계속 지켜볼 것이다"라며 "앞으로 나올 것들이 더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폭주하는 비트코인 주문량에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거래장애를 빚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뛰어올랐던 지난주 비트플라이어, 비트파이넥스, 코인베이스 등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는 비트코인의 거래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태가 일제히 발생했다.
특히 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상장 소식에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 기대가 커지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지난 10일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개시된 CBOE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CBOE는 장중 10% 이상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면 거래를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하기로 했는데 거래 첫날인 10일 2번이나 서킷 브레이커가 작동됐다.
이에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는 "가격 또는 거래량이 급변하는 시간에 거래소의 서비스가 제한되거나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고 WSJ는 전했다.
선물거래로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게 됐다는 평가와 달리 선물거래가 비트코인 가격에 악영향에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IT 투자자 진 먼스터는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비트코인 자체보다는 선물거래에 쏠리면서 비트코인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투자자들은 비트코인보다는 선물계약에 몰려들 것이다"라며 달러로 이뤄지는 선물계약은 비트코인보다 "더 나은 유동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금융당국도 가상화폐에 대한 과도한 투기 움직임에 고삐를 죄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음식 리뷰 및 소셜 네트워킹 앱 '먼치(Munchee)'가 추진했던 1천500만 달러 규모의 화폐공개(ICO)를 중지시켰다고 발표했다.
ICO는 기업이나 단체가 주식 대신 특정 가상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토큰을 발행해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것으로, 기업공개(IPO)와 유사한 방식이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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