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盧 상하이, MB 칭다오, 朴 시안, 文 충칭…동선의 외교학
역대 대통령 국빈방중 기간 방문한 中 지방도시 달라
노태우·YS·DJ·노무현 전 대통령 상하이 방문…'상하이방' 의식
상하이방 쇠락 이후 MB '칭다오' 방문…우리 중소기업 격려 차원
박 전 대통령, 고도 시안 방문…'진시황 병마용'서 문화교류 강조
문 대통령 '일대일로' 출발점 충칭 낙점…시진핑 주석 배려 차원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은 대부분 방중 기간 중국의 지방도시를 한 곳 이상 방문했다.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국빈의 격(格)으로 초청받아 상대국을 방문하는 경우 수도를 제외한 지방도시 한 곳을 방문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이에 과거 일곱 차례의 국빈 방중 가운데 여섯 차례 지방도시 방문이 이뤄졌다.
1992년 9월 중국을 처음 국빈 방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상하이(上海)를 방문한 이래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국빈 방중 때 상하이를 들렀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네 번 연속 상하이를 찾은 까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가 보존된 곳인 데다 중국 경제성장을 이끄는 도시라는 상징성을 중시했기 때문이었다.
또 당시 중국 정계를 장악한 '상하이방(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중국 정계의 실세를 장악한 상하이 출신 인사들)'을 의식한 행보이기도 했다.
상하이방이 쇠락한 이후인 2008년 5월 중국을 국빈 방중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베이징(北京)에서 2박 3일 일정을 마친 뒤 처음으로 상하이가 아닌 산둥성(山東省) 칭다오(靑島)를 방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격려하기 위해 칭다오를 방문지로 낙점했다. 칭다오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곳 중 하나로 당시 1만여 업체가 진출해 있었다.
친기업·비즈니스 외교를 강조한 이 전 대통령의 행보와도 맞물린 방문지 선정이었다.
칭다오에서 한국 기업 시찰 및 근로자와의 오찬 등의 일정을 소화한 이 전 대통령은 귀국길에 대지진 참사가 빚어진 쓰촨성(四川省) 청두(成都)를 방문해 약 3시간 동안 체류하며 이재민을 위로했다.
첫 국빈 방문에서 칭다오와 청두를 방문한 이 전 대통령은 그러나 2012년 1월 두 번째 국빈 방중에서는 지방도시를 방문하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 중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두 번 방문한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통상 국빈 방문은 정상 임기 중 한 나라에 한 번만 하는 것이 외교 관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6월 국빈 방중 때 베이징에 이어 산시성(陝西省)의 성도인 시안(西安)을 방문했다. 자신의 국정 기조로 문화융성과 경제부흥을 꼽은 것과 맥을 같이하는 선택이었다.
시안은 '중국 문화유산의 보고',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 불리며, '진시황 병마용', 양귀비 목욕탕 화칭츠(華淸池)', '측천무후의 건릉' 등 유적지가 많은 곳이다. '중국의 100년 역사를 보려면 상하이, 1천 년 역사를 보려면 베이징, 3천 년 역사를 보려면 시안으로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박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통령 중 처음으로 시안의 진시황릉 병마용갱을 방문해 중국 문화 존중과 양국 간 문화교류 활성화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오는 13일부터 3박 4일간 우리나라 대통령 중 여덟 번째로 중국을 국빈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 역시 방중 기간 중국 지방도시인 충칭(重慶)을 방문한다.
충칭은 현대차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있으며, 김구 선생이 이끈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등 독립 유적지가 보존된 도시다.
아울러, 중국 서부 개발의 거점이자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을 중심으로 거대 경제권을 구축하려는 구상)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충칭 방문에 대해 "임시정부 건물과 광복군 주둔지 터 등 역사적인 기념비적 장소가 있고 현대자동차와 SK하이닉스 기업 등 국내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곳"이라며 "뿐만 아니라 시진핑 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중국 일대일로의 출발점으로서 시 주석을 배려하는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방중을 계기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경색됐다가 해빙기를 맞은 한중 관계의 완전 복원을 추진하는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충칭을 '제2 방문지'로 낙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충칭 방문을 계기로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서기와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지난 10월 중국 공산당 19차 당 대회에서 25인의 중앙정치국원 반열에 오른 천 서기는 시 주석의 최측근이자 유력한 차기 주자로 꼽힌다.
문 대통령의 충칭 방문이 시 주석에 대한 배려뿐 아니라 향후 양국 관계의 미래를 다지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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