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방송계 화두는 '공정성·독립성'…파업 등 몸살
KBS·MBC 장기파업 거치며 노사 극한 갈등…정치권도 논쟁
'방송 정상화' vs '언론장악' 논란 속 제도 개선 '오리무중'
(서울=연합뉴스) 현영복 오수진 기자 = "어떤 세력이나 정권에도 흔들림 없는, 제구실하는 방송을 만들겠다. 비정상적인 방송을 정상화해 방송사가 특정 정치 세력에 편향적, 우호적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
정권 교체와 함께 지난 8월부터 제4기 방송통신위원회를 이끌게 된 이효성 위원장이 공영방송사의 공정성과 공익성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며 제시한 화두다.
방송통신정책을 총괄하는 방통위의 새로운 수장이 제시한 화두에서 볼 수 있듯이 올해 방송계는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놓고 방송사 노사, 여야 간 논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KBS와 MBC 노조는 9월 4일부터 경영진 퇴진 등을 요구하며 동시 파업에 돌입했다. 양 방송사 노조가 함께 일손을 놓은 것은 2012년 이후 5년만이다.
방송사 노사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작성된 공영 방송 관련 내부 문건이 공개되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 문서를 '민주당의 언론장악 문건'으로 규정하고 공세에 나서면서 방송 정상화를 둘러싼 논쟁이 더 가열됐다.
방송 정상화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 속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고영주 이사장이 여권(구 야권) 이사들의 불신임안 가결로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어 MBC 노조 파업 71일째인 11월 13일 김장겸 MBC 사장이 방문진 이사회의 해임안 의결로 사장직에서 강제 퇴임했다. 김 전 사장은 해임안 의결 직후 입장 자료를 내고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이 정말 집요하고 악착스럽다는 점을 뼈저리게 실감한다"며 "권력으로부터 MBC 독립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해 송구하다"는 말을 남기고 물러났다.
MBC 노조는 김 전 사장이 해임된 다음날 파업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MBC 신임 사장에 MBC 해직PD인 최승호(56) 뉴스타파 PD가 지난 7일 선임되면서 MBC 사태는 일단락됐다.
KBS의 노사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전국 언론노조 KBS본부는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KBS 이사장의 퇴임 등을 촉구하며 100일 넘게 파업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1일 KBS 이사회의 야권(구 여권) 추천이사인 강규형 이사에 대한 해임절차에 돌입하면서 KBS 파업 사태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는 감사원이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을 이유로 KBS 이사진에 대한 인사 조처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방통위가 강 이사에 대한 해임을 의결하고, 여당 추천 보궐이사가 선임되면 KBS 이사진은 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5명으로 재편돼 여당 추천 이사들이 주도권을 갖게 된다. 여당 추천 이사가 과반이 될 경우 KBS 이사회는 고대영 사장 해임 절차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보도전문채널인 YTN도 내홍을 겪고 있다.
조준희 전 YTN 사장이 지난 5월 임기를 약 10개월 남겨 놓고 중도 사퇴한 후 진통 끝에 최남수 전 머니투데이방송 대표이사가 YTN 신임 사장으로 내정됐지만 노사 갈등이 이른 시간 내에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YTN노조는 신임 사장 내정 직후 "위기 상황에서 두 번이나 YTN을 떠난 인사를 세 번째 입사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촛불 민심의 요구를 등지고 시대정신을 역행하는 부적절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최 사장 내정자는 YTN에서 경제부장과 경영기획실장 등을 지낸 바 있다.
SBS 노사는 방송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국내 방송사 중 처음으로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편성·시사교양·보도 최고책임자 임명동의제를 실시하는데 합의하기도 했다.
MBC 등 일부 방송사의 노사 갈등이 일단락되며 사태 진전이 있었지만,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여당인 민주당이 야당 시절이던 작년 7월 공영방송의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야당 추천 이사도 찬성해야 사장을 선출할 수 있는 특별다수제(재적 이사의 2/3 찬성)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여야 갈등 속에 진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는 '방송미래발전위원회'를 발족해 국회에서 발의된 방송법 개정안 등 입법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여야 간 첨예한 대립 속에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김민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14일 "국회에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가 대화와 타협, 합의를 통해 꾸려질 수 있도록 강제하는 최소한의 법률 장치"라면서 " 한계가 있지만 시급히 개선책을 찾아야 하는 공영방송 문제에 일정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지배구조 개선이 공영 방송의 유일한 문제가 아니며 공영방송 내 다양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youngb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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