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여성운전 이어 영화관도 허용…내년 3월부터

입력 2017-12-11 19:35
사우디, 여성운전 이어 영화관도 허용…내년 3월부터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급속 전환…2030년까지 300곳 개관



(테헤런=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11일(현지시간) 영화 극장을 상업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영업 허가서를 이르면 내년 3월부터 발급한다고 밝혔다.

사우디 공보부는 이날 낸 성명에서 "상업 영화관이 2018년 초부터 허용될 것"이라면서 "영화관을 허용하는 것은 35년도 더 된 일"이라고 발표했다.

아와드 알라와드 공보부 장관은 "영화관 허용은 사우디의 문화 경제적 발전의 분수령이다"라고 평가했다.

사우디에서 영화관이 허용돼도 좌석 또는 상영관을 남녀로 분리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달 초 사우디에서 열린 음악가 야니의 콘서트에서 가족 입장객의 남녀 혼석(混席)이 허용된 만큼 탄력적으로 운용될 가능성도 있다.

사우디는 1979년 이란이 이슬람혁명으로 신정일치의 이슬람 통치 체제를 수립하자 그 파장으로 여성의 히잡·아바야 착용, 대중문화 금지 등 강경한 보수적 사회 정책을 실시했다.

이런 흐름 속에 영화관 역시 1980년 대 초반 폐관됐다.

사우디의 강경 보수파 종교계는 영화관과 음악 등이 이슬람의 가르침에 위배된다고 해석한다.

불과 올해 1월에만 해도 사우디의 최고 종교지도자(카비르 무프티) 압둘아지즈 알셰이크는 "남녀 혼석을 조장하는 영화와 음악 콘서트는 악마에게 문을 여는 일"이라면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동 이슬람권에서도 영화관을 금지하는 것은 사우디뿐이다.

종교계의 강한 반대에도 사우디 정부는 여성운전 허용(내년 6월), 외국 가수 콘서트와 같은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의 전환을 빠르게 서두르고 있다.

이런 사회 변혁은 사우디의 실세 왕자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다.

모하마드 왕세자가 추진하는 경제·사회 개혁 계획 '비전 2030'에 따르면 2030년까지 사우디에 영화관 300곳을 개관할 예정이다.

사우디 정부는 영화관이 없으면서도 동부 해안도시 다란에서 최근 수년간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면서 관심이 쏠렸다. 올해 10월엔 리야드에서 단편 영화제가 열렸다.

종교적 통제에도 사우디 감독이 외국에서 제작한 영화가 위성TV로 방송되고 있고, 2013년엔 사우디 영화 사상 처음으로 하이파 알만수르 감독의 '와즈다'라는 영화가 미국 아카데미상에 출품됐다.

올해 2월에는 사우디의 마무드 사바그 감독의 '바카라가 바카라를 만나다'가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개막작으로 걸리기도 했다.

사우디 영화감독 아이만 타레크 자말은 영화관 허용 소식에 자신의 트위터에 "이제 우리의 남녀 젊은이들은 세계에 그들의 가능성을 뽐낼 수 있게 됐다. 2030세대를 축하한다"는 글을 올렸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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